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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Jul 02. 2016

제주올레길 탐방(01)

제1코스 : 시흥~광치기 해안풍경


■  제주올레길 탐방(01)


제주올레길은 제주도 전역(全域)을 돌아보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조성된 길이다. [올레]는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도 사투리로, 제주의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해 보행 길에서 집 대문까지 돌로 쌓은 좁은 길을 말한다.


제주올레는 언론인 서명숙씨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영감을 얻어 2007년 (사)제주올레를 발족해 계획적인 코스개발과 홍보를 지속해오면서 최근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도보코스로 각광받는 여행탐방지가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 세계 사람들이 순례자의 처지가 되어 머나먼 여정의 고행을 통해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닫고자 또는 잠시 세속을 떠나 사색의 시간을 갖기 위한 목적 등으로 길을 떠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좋고 멋진 길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제주올레라 할 수 있겠다. 올레길은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개발당시부터 제주어를 쓰기로 고집했다 하는데, 대부분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해 구성해 놓았다.       


지금까지 (사)제주올레가 연결해놓은 올레코스는 알파코스 5개를 포함해 총 26개 코스에 이른다. 2007년 9월 제1코스인 시흥초교에서 광치기해변 구간이 개발된 이후 2016년 5월까지 총  425km를 개발함으로써 제주외곽 전역을 올레길로 연결해 놓았다.



올레길 각 코스는 10~20㎞ 거리로 구성돼 있는데 각기 코스는 도보로 3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는 짧지 않은 길이며, 길의 “상·중·하” 표시에 따라 난이도를 확인할 수 있다. 제주올레는 탐방증명서가 있어 각 코스별로 스탬프를 찍어주며 완주확인을 해준다.



또한 코스입구에는 올레지기들이 있어 코스로 향하는 길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금차 4박5일 탐방일정에 따라 한라산 백록담과 영실 윗새오름 등정 외 올레길 1코스6~9코스를 택했다. 지난해 회갑기념 백두산 천지에 올랐던 일행은 인원을 재편성해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계획한 뒤 1년여 만에 다시 김포공항에 모여들었다.  


 ▷  제1코스 : 시흥~광치기 해안풍경 


2016년 6월 7일, 제주공항을 빠져나와 택시 2대에 나눠 타고 1시간을 넘게 달려 올레길이 시작되는 제1코스로 이동해 시흥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시흥초교/ 말미오름/ 알오름/ 종달리교차로/ 옛소금밭/ 목화휴게소/ 시흥해녀의집/ 오조해녀의집/ 성산갑문입구/ 성산일출봉입구/ 수마포/ 광치기해변


[1코스]는 제주올레 중 가장먼저 열린 길로 오름과 바다가 이어지는 길이며, 멀리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따라 걸을 수 있는 멋진 코스이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초순이지만 30년 지기(知己) 동기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에 더위도 잊은 채 [성산읍]에서 출발하는 1코스를 기점으로 시속 3.5km의 가벼운 걸음을 시작해 본다.



서귀포에서 시작되는 제주올레 제1코스는 총 15.6km로 2개의 오름을 오르며 대부분 해안가를 따라 제주의 바다경치를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오전 11시 성산읍에 속한 아담한 [시흥초등학교] 정문을 사진에 담은 뒤 올레지기의 안내를 받아 1코스 초입에 들어서니 일출사(日出寺) 표지석과 올레길 출발상징인 “간세”가 세워져 있다.



올레길을 걷다보면 말 모양의 파란색 캐릭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 캐릭터는 방향을 알려주는 길라잡이로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를 의미한다. 간세는 조랑말을 지칭하는 제주사투리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간세다리”에서 따왔다고 한다.


간세 길라잡이

조랑말은 현재 그 자취를 감추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초원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제주올레는 길을 걸을 때 게으른 사람처럼 느릿느릿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음미하며 걸어보라는 의미를 담아 [간세]를 상징물로 정했다고 한다.



이는 제주의 바닷길과 숲길 그리고 오름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간세처럼 “놀멍 쉬멍 걸으멍”이라는 놀며 쉬며 걸어가자는 의미라고 한다. 검은 돌담장을 끼고 이어지는 야자수 집단군락을 지나 게스트하우스(KIMSCABIN)에서 당일 마실 3L 식수를 물병에 옮겨 담고 말미오름으로 향한다.


두봉산 트래킹코스는 말미오름이라 하는데 이곳은 해발 146m인 기생화산 분화구로 얕은 바다 속에서 화산분출로 생겨난 수중분화구가 육상으로 솟아오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름]의 명칭은 땅 끝에 위치해 있어 말미(末尾)라 불리게 됐으며, 생김새가 됫박같이 생겼다하여 두산봉(斗山峰)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말미오름]은 계단으로 이어진 거리가 298m로 경사면이 완만해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오름을 향하는 길에는 목장출입구에 구부렁쇠문이 있는데 사람은 출입이 가능하지만 말이 밖으로 못나오도록 특수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말미오름 정상

말미오름 정상에서는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눈에 들어오는데, 넓게 펼쳐진 바다와 푸르른 들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산읍 풍경에 흠뻑 빠져든다. 정상우측에는 [한반도를 닮은 밭]이 소개돼 있어 여행길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저멀리 우도(牛島)
정상에서 바라본 한반도 밭

이어 1코스 백미라는 알오름을 오르는데, 멀리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 기대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알오름은 새알을 닮은 오름에서 이름 지어졌다 한다. [알오름]으로 향하는 풀밭 길에는 예쁜 수국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널브러져 있다.


풀밭 길가에 핀 수국

유월초순 하늘과 언덕이 맞닿은 알오름의 풍경은 전일 내린 비로 인해 촉촉함을 머금고 있는 흙길과 해무에 휘덮인 희뿌연 하늘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상상의 하늘동산을 연상케 하고 있다. 언덕아래 성산읍주변 새파란 작물밭들은 검은 돌들이 경계를 이뤄 마치 모자이크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알오름]을 내려와 걷다보면 아스팔트길이 끊어진 올레길은 시골향취를 담은 흙길로 이어져있다. 소나무 숲 오솔길을 걷다보면 길을 막고 있는 빗물웅덩이로 사이 길을 걷기도 하고 제주의 특이한 무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황소 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축사도 지나치게 된다.



그 옛날 소와 말이 지나던 잊 오랜 전통 길을 복원해 만든 [올레길]은 메밀밭당근밭이 이어지며 걷는 길 따라 평온한 시골 정경(情景)이 깃들어 있다.


메밀밭

땅 끝 마을이라는 종달리(終達里) 표지석을 지나 [종달1교차로]에 있는 식당 “종달수다뜰”에 머물며 먼저 오징어 파전에 유산균 제주막걸리로 목을 축인 뒤 고등어조림과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마치고 달큼한 제주당근 주스로 마무리를 한다.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예쁜 카페 입간판이 눈에 들어와 올레길의 피로를 풀어준다.  



길을 걷다 출입구에 3개 빗장이 내려져있는 제주 전통가옥 앞을 지나며 그 특이함을 사진에 담아본다. 대문이 없는 민가는 출입구에 정주석을 세워 주인의 부재(不在)를 알리는데, 하나가 걸쳐 있으면 주인이 가까운 곳에 있고 두개가 걸쳐 있으면 한참 있다 돌아오며 세 개가 걸쳐 있으면 저녁 무렵 돌아온다는 표시라고 한다.


제주 전통가옥 대문

마을길로 들어서니 이내 해안길이 나오는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검은 돌담을 두른 밭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들녘모습이 연초록 천을 곱게 기워 붙인 한 장의 조각보처럼 아름답다.



[제주올레길]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제멋대로 쌓아올린 거친 현무암을 배경으로 농지를 휘도는 개여울이 바다로 흘러드는 풍경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화과 꽃잎이 집 담장을 덮고 있는 제주 돌담길은 고즈넉한 올레의 멋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종달리 [옛 소금밭] 마을 앞에는 여러 기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종달리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알려지면서 세인들에게 널리 전파곳으로, 제주도 동녘 끝의 정취를 추억과 낭만으로 아로새길 수 있는 명소이다.



이어 해변도로의 해녀 조각상과 종달리 [해녀의 집] 앞을 지난다. 해안도 길가에는 껍질 벗긴 반 건조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준치라고 불리고 있다. 잠시 [목화휴게소] 편의점에 머물며 시원한 제주막걸리와 함께 제주산 준치를 맛본다.   


목화휴게소와 길가에 준치

종달리 소금밭을 거쳐 시흥리 해안도로를 지나 성산갑문을 향해 우도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성산일출봉이 다시금 눈앞에 다가온다.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이 길도 참 멋스러워 놀멍 쉬멍 걷다보니 어느새 [오조해녀의 집]에 도착한다.


오조해녀의 집

첫 햇빛 닿는 마을인 오조리 어촌계를 빠져나오니 우측 길에 성산일출봉이 가까이 보인다. 흐린 날씨 탓에 선명하지는 않지만 신비한 모습으로 아스라이 다가오는데, 이 곳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또 다른 모습이다.

 


일행은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컷 기념사진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시흥초등학교]를 출발해 [성산갑문입구] 해변까지 6시간 걸린 1코스는 출발점 1Km부터 3.5Km 구간까지 두개의 [오름]이 이어져 초반부터 다소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이후 길은 대부분 해안가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길이었다.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오름 두개를 오르고 해안도로를 걷는 1코스는 해변의 물빛이 멋스럽고 매력적인 올레길 이었다. 무사히 올레 첫 코스인 1코스 완주를 끝내고 택시에 나눠 탄 뒤 다음날 일정 예정지인 6코스 출발점 "쇠소깍"으로 향해, 해안입구 쇠소깍 펜션식당 2층에 숙소를 정했다.


오조리 표지석

2개 방에 각자 짐을 내려놓고 식당으로 내려와 탐방첫날 지친 여정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제주막걸리와 흑돼지 삼겹살로 배를 불린 뒤 하루여정을 마감한다.

 

쇠소깍 펜션식당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쇠소깍]에서 멀리 해안선 밑으로 빨려드는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첫날 하루를 돌아본다. 쇠소깍 초입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항포구 입구에는 외관이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있다.   



이는 우측으로 통행하는 선박이 안전항해를 위해 포구로 들어갈 때는 빨간 등대 왼쪽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는 하얀 등대 왼쪽으로 나오도록 하는 표지라고 한다. 야간에는 붉은 등(우현표지)과 녹색 등(좌현표지)으로 먼 바다에 빛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 30년 세월을 함께해온 입행동기들이 이순을 넘긴 나이에 다시모여 편안한 방랑자의 마음이 되어 걸어보았던 올레 1코스는 결코 가볍지 않았지만 모처럼의 즐거운 탐방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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