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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Apr 15. 2018

얼리 테이스터

궁평항  주꾸미


□  맛생맛사 얼리 테이스터


얼리 테이스터(Early Taster)란 제철음식을 남보다 먼저 먹기 위해 직접 산지로 찾아가는 미식가를 이르는 새로운 신조어(新造語)이다. 최근 제철음식을 산지에서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얼리 테이스터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현대사회에서 남보다 더 빨리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려는 얼리 어댑터(Adapter)에서 파생된 신조어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과거 1세대 미식(美食) 트렌드가 맛집 순례였다면 요즘에는 스토리가 있는 제철음식을 찾는 2세대 테이스터 트렌드가 뜨고 있으며, 맛집에 대한 관심이 레시피(recipe)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Early Taster 열풍은 스토리가 더해진 산지음식에 대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공유되면서 빠르게 확산돼가고 있다.



최근 국내 사이클 동호회는 회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주로 산지음식을 맛보는 쪽으로 여행코스를 짠다고 한다. 서울시내 유명 식당에서도 맛보기 힘든 제철 산지요리의 싱싱함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야 말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얼리 테이스터이다. 해마다 제철 먹거리 산지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데 4월에만 각지에 미더덕, 소라, 주꾸미 축제가 예정돼 있다.


가을 낙지, 봄 주꾸미라는 말이 있듯이 봄은 주꾸미 철이기도 하다. 주꾸미는 성인병 예방과 피로회복을 돕고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타우린(taurine)이 풍부한 웰빙 음식이다. 주꾸미에는 타우린 성분이 낙지의 2배, 오징어의 5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고, 지방이 전혀 없어 여성들의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좋다한다.



추운겨울이 가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면서 가시지 않은 환절기 추위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봄의 길목에서 몸보신에 좋은 음식 중 하나가 주꾸미이다. 사계절 바닷가를 찾는 이들에게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숭어가 계절별 별미라고 하지만, 봄에 먹는 보약으로는 주꾸미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낙지는 얕은 바다의 돌 틈이나 진흙 속에 굴을 파고 살지만, 주꾸미는 수심10m 내만(內灣)에 서식하기 때문에 조수간만차를 이용해 바다 바닥을 긁어 채취한다. 주꾸미 머리에 들어있는 알은 충분히 익히고 다리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몸체가 20cm가량인 주꾸미는 낙지보다 작지만 알이 토실토실 오르는 3~4월 무렵에는 낙지나 오징어보다 한결 더 그 맛을 돋운다.    



이때쯤 서해안에는 주꾸미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주꾸미가 알을 가득품고 있는 3월 중순부터 5월초가 주꾸미 축제를 즐기기 좋은 시기이다. 주말 일기예보에 따라 촉촉한 봄비를 맞으며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 검색해 보니, 태안 주꾸미가 많이 소개돼 있는데 당일 다녀오기는 너무 먼듯하여 궁평항으로 코스를 잡았다.



낙조로 유명한 궁평리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소재하고 있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가다 조남-안산분기점을 지나 비봉IC를 빠져나와 남양방면으로 내려가다가 제부도와 궁평항 쪽으로 들어서면 된다. 과천에서 64km 거리로 막히지 않으면 1시간 15분 소요된다. 궁평(宮坪)은 고려초기 나라에서 관리하는 땅이 많아 궁의 소유라는 명칭이 생겼다 한다.



이곳에는 궁평리 해수욕장과 유원지가 있고 궁평항에는 대규모 수산물직판장이 있어 계절별 제철 어패류도 맛보고 낙조가 머무는 바닷가를 돌아볼 수 있다. 인천보다는 당일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궁평리이다. 4월이 가기 전, 서울로부터 그리 멀지않은 곳에서 직접 잡아 올린 알이 잔뜩 밴 주꾸미를 시식(時食)해 볼 수 있도록 궁평리 정보를 공유해본다.



궁평항 수산물직판장은 A동과 B동이 있는데 비교적 괜찮다고 소개된 집을 찾아가 보니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때문인지 금년에는 주꾸미 수확량이 확연히 줄어, 가격이 전년에 비해 많이 비싸졌는데 kg당 4.5~5만원을 받는다. 일반식당에서는 고추장에 볶은 주꾸미가 나오는데, 이곳은 통통한 주꾸미 6마리와 참조개, 쌀조개, 참소라, 대합, 가리비를 함께 넣어 샤브샤브로 끓여준다.     



통통하고 싱싱한 제철 주꾸미는 야들야들하고 밥알같이 생긴 알이 가득 담겨있어 그 맛이 고소하고 씹히는 질감이 즐겁다. 제철 주꾸미는 얼마나 힘이 좋은지 끓는 물속에 넣을 때 집개로 머리를 눌러줘야 얌전해진다고 여주인장이 손수 거들어주며, 가격이 싼 판매장은 중국산이나 죽은 주꾸미를 사용한다고 일러준다. 주꾸미 철 주말에는  바쁜 편으로 평일을 이용하면 좀 더 편안히 맛을 즐길 수 있다.



샤브샤브를 먹고 나면 주꾸미 먹물이 퍼진 검은 국물에 넣어주는 라면 사리도 별미인데, 라면은 무료고 칼국수는 추가로 비용을 받는다. 사월의 차가운 봄비를 맞으며 찾아 나선 궁평항의 친절하고 싹싹한 아줌마 덕분에 [얼리 테이스터] 대열에 합류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 궁평항 수산물직판장 A동 100호 호남선  (☎ 010-5236-9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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