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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 May 04. 2020

화천 비수구미


   오지마을 비수구미


초여름 초목들이 앳된 연록 빛을 머금은 신록(新綠)의 오월, 강원도 화천 두메산골에 자리한 환경오염 없는 맑고 깨끗한 비수구미 계곡을 찾았다. 한동안 오지로 알려진 비수구미 계곡은 평일 날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기에 호젓한 분위기로 청정자연을 느끼기에 제격인 듯 하다.



7시 30분 잠실역을 출발해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대한민국 최북단, 최고봉, 최장터널(2㎞)이라는 [해산터널]을 통과한 트래킹의 시점인 해산령 쉼터였다. 해산은 해발 1,140m로 화천에서 일출을 제일먼저 볼 수 있는 산이라 하여 日山이라고도 불리 운다.



이곳부터 비수구미 마을까지 6.0Km를 오르막길 없이 계속 내려가는데, 1시간 정도는 돌이 많은 길로 이어져 하산길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중간쯤부터는 청명한 하늘빛과 호젓한 숲길을 따라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야생화생태 길과 쉼 없이 흐르는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탐방객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듯하다.



2시간 정도 숲길을 내려오니 비수구미 마을이 나타난다. 비수구미는 화천댐이 들어설 때 육로가 막히는 바람에 육지속의 섬이 된 마을이다. 등산객이 드나드는 트레킹 코스가 생긴 뒤에도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져 자연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비수구미 마을로 들어가는 또 다른 방법은 [평화의 댐] 갈림길에서 비포장도로로 2km 들어가 선착장 앞에 차를 세워두고 산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20분쯤 걸으면 [붉은 출렁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면 비수구미 마을이다. 민박집에 미리 연락해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비수구미(秘水九美)는 신비의 물이 만든 9가지의 아름다움이란 의미지만, 마을뒷산에 새겨진 비소고미 금산동표(非所古未 禁山東標)에서 유래됐다고도 전한다. [금산동표]는 조선시대 궁궐건축에 쓰이는 소나무 군락에 대한 무단 벌목금지 표시였다고 한다.


파란지붕의 시골밥상 집

비수구미 마을에는 파로호 언저리를 끼고 세 가구가 살고 있는데, 파란지붕이 얹어진 시골밥상 집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이곳은 2013년 TV프로(인간극장)에 소개된 이후 주말고객이 넘쳐날 만큼 유명해진 맛 집이다.


시골밥상 집 장독대

직접 산에서 채취한 고비, 곤드레, 곰취, 쇠비름, 취나물 등 5가지  나물이 한 접시에 담겨 나오고, 고추장과 고들빼기, 매실장아찌, 김치 등 맛깔스런 10여 가지 반찬과 된장국이 푸짐하게 차려져 입맛을 돋운다.  (시골밥상 집: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 2리 비수구미 2715번지/ ☏: 033) 442-0145)



또한 파로호에서 잡아 올린 빙어조림도 별미이다. 강원도 두메산골 식당에서 향기 그윽한 산채비빔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선착장으로 향하는 [붉은 출렁다리]를 건너 파로호 옆 숲길을 따라 버스가 있는 곳까지 약 2.7Km를 걷는다.



이곳의 숲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북한강변을 걷는데, 오월 중순의 화창한 파란하늘과 진초록의 물빛이 유난히 시원하게 느껴진다.



비수구미 트래킹 코스는 화천 해산령에서 비수구미 마을로 나와 다시 파로호를 따라 버스가 머물러 있는 도로까지이다. 이어 아흔아홉 구빗길을 따라 "평화의 댐"으로 향한다.


파로호로 가는 [붉은 출렁다리]

평화의 댐파로호 상류의 화천군 동촌리와 양구군 천미리를 잇는 601m 길이, 125m 높이의 댐으로 북한의 금강산댐 수공(水攻)에 대비한다며 639억 원의 국민성금을 걷어 만든 댐이다. 총공사비 1,666억 원이 투입됐지만, 현재까지도 발전기능과 홍수조절기능이 전혀 없는 무용지물의 댐으로 남아있다.



이곳 "세계평화의 종"은 세계 각국 분쟁지역에서 수집된 탄피들을 모아 9,999관의 주조물로 만들었는데 통일이 되는 날에 미리 떼어놓은 1관을 추가해, 비로소 1만관(37.5톤)의 “세계평화의 종”으로 재완성할 계획이라 한다.



연이어 작은 공원으로 조성된 비목공원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가곡 비목(碑木)의 탄생지로 공원에는 기념탑을 비롯해 철조망을 두른 언덕 안에 녹슨 철모를 씌운 나무십자가가 2개 있고 노래비(碑)도 있는데, 노랫말에 얽힌 사연이 적혀있다.



1960년대 중반쯤 평화의 댐 북쪽 14km 떨어진 백암산계곡 비무장지대에 배속된 청년장교(한명희)가 잡초 우거진 곳에서 무명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 하나를 발견했는데, 그는 돌무덤의 고인이 전쟁당시 같은 또래의 젊은이였음을 안타까워하며 추모시를 지었고 그 후 비목이란 가곡의 노랫말로 널리 애창되었다 한다.



돌아오는 길에 미륵바위 공원에 들러 화천강 위를 걷는 이색 트래킹 산책길을 걸어보았다. 이곳의 “숲으로의 길”은 폰툰(pontoon)길이라고 불리는데, 화천강에 설치된 “숲으로 다리는 물위에 설치된 약 1.2km의 수변데크로 부교(浮橋)를 따라 강물 위를 걷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다리는 남한산성을 쓴 소설가 김훈이 지어준 명칭이다. 산과 어우러진 모습이나 수변 데크가 끝나면 산속으로 들어서게 되는 것까지 숲으로 다리라는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교를 거닐며 주위를 둘러보고 남는 시간, 5월의 차디찬 화천 강물에 발을 담근 채, 저 멀리 분홍빛 자전거에 올라 청정산소 길을 달리는 이름 모를 아낙네를 바라보며  하루여행의 피로를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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