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가드닝 일기 - 나는 3년 차 가드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극한의 여름도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과 함께 조금씩 힘이 빠지고 있다. 역시 9월은 9월, 여름 끝 가을의 시작. 이와 함께 2025년 가드닝의 시즌 3가 시작되었다.
가을 시즌의 개막은 여름 장미의 전정과 함께 문을 열었다. 지난여름동안 치렁치렁하게 자라난 장미들을 깔끔하게 잘라주는 것이 9월 장미 전정의 1차 목표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10월 중하순경 올해의 마지막 가을 장미꽃이 탱글탱글한 모습으로 한꺼번에 개화하는 것을 보기 위함이다.
장미는 가지를 자르면, 잘린 부위 밑 마디에서 새로운 줄기가 자라나 대략 45일 후면 새로운 꽃이 핀다. 따라서 9월 초중순 장미를 전정하면 약 한 달 하고 보름 후인 10월 중하순 다시 꽃이 피는 걸 볼 수 있다. 10월의 차가운 가을 공기의 보호막 안에서 활짝 피어나는 장미꽃은 개화 기간도 길뿐만 아니라 그 미모가 5월 장미에 버금갈 만큼 빼어나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피어 있는 가을 장미꽃은, 올해의 가드닝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 최고의 피날레가 될 수 있다. 그래서 10월의 장미꽃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요즘 열심히 꽃이 피고 있는 가지들을 과감히 잘라내고, 또 쭉쭉 솟아난 가지들을 보기에 편안한 높이인 1미터 정도로 맞춰서 잘라 주었다.
지금 열심히 초가을에 피고 있는 장미꽃이, 또 하나 둘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꽃봉이 아깝다면 9월의 일괄 장미 전정을 하지 않아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전정은 내년 초봄으로 미루더라도 9월의 장미 비료는 꼭 챙겨 주는 것이 좋다.
혹독한 여름을 보낸 장미는 9월의 비료를 바탕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9월의 비료는 10월 중하순 풍성하고 아름다운 가을 장미의 개화에 원동력이 되고, 앞으로 다가올 겨울에 장미들이 거뜬하게 월동을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게 해 준다. 그래서 건강하고 튼튼한 장미를 키우고 싶다면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9월 이맘때 잊지 말고 비료를 챙겨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장마와 폭우 그리고 폭염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정원을 지금까지는 눈 꼭 감고 못 본 척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또르륵 풀벌레 소리가 들려오면 몸은 저절로 마당으로 향하게 된다.
시들고 녹아 버리고 군데군데 비어 있는 정원을 바라보고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돈의 힘을 약간만 빌리면 정원의 안정과, 마음의 안정을 동시에 찾을 수 있다. 오늘부터 일주일 금주, 오늘부터 일주일 금커피. 그러면 꽃을 몇 개 데리고 올 수 있고, 이 꽃들은 지금부터 겨울 전까지 무려 3개월의 행복과 만족을 보장한다. 정원 여기저기에 휑한 구석이 있으면 서둘러 꽃쇼핑을 하도록 하자.
화분에서 주로 키우고 있는 일년초들이 여름을 건너오면서 쑥쑥 구멍이 났다. 그래서 '일일초' 몇 개를 데리고 와 화분을 채워 주었다. 또 병과 곰팡이 때문에 포기해 버린 아스타는 '그래 이렇게 매년 일년초처럼 사다 심으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보라색 겹아스타를 데리고 와 마당에 심었다.
하지만 9월 꽃쇼핑의 가장 큰 목적은 내년 정원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월동이 가능한 다년생 숙근초 모종을 지금 땅에 심으면, 이 아이들이 가을동안 뿌리를 착실히 내리고 내년 봄과 여름에 몸집을 불려 풍성한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래서 내년 정원에서 꼭 보고자 하는 꽃이 있다면, 지금부터 모종을 미리 구입해 땅에 심어 월동을 시키거나 넉넉한 화분에 심은 후 무가온 온실에 넣어 겨울을 넘기는 것이 좋다. 또 꼭 모종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가을 파종을 통해 모종을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다. 특히 모종으로 구하기 힘든 꽃들은 대부분 씨앗으로는 구매할 수 있다. 눈여겨본 꽃이 있다면, 서둘러 씨앗을 구입해 파종하여 모종으로 키운 다음 월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마당에서 꽤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는 추명국 중 한 주를 올해까지만 꽃을 보고 정리할 계획이다. 그래서 추명국을 대신해 이 자리에 심을 '모나르다 브라드 부리아나'란 꽃을 구입해 내년의 새로운 꽃을 도모했다. 또 얼마 전 들어낸 흰색 공작아스타와 비슷한 계열의 꽃인 '아스타 리틀 칼로'란 꽃을 구입했다. 이 친구는 신비로운 라벤더 파란색이 매력적인 꽃으로, 눈높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적당한 자리에 심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 내내 유달리 허전해 보였던 '홍지네고사리' 옆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같은 친구를 하나 더 추가했다. 그늘이 거의 대부분인 우리 집 마당에서 홍지네고사리는 최적의 식물일 뿐만 아니라, 잎의 모양과 색도 호쾌하고 시원해 정원에 청량감을 불어넣어 주는 친구다. 또 이 친구는 겨울에도 상록일 정도로 월동력이 뛰어난 친구로, 쓸쓸한 겨울 정원에 초록빛을 칠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름꽃 플록스가 마지막 힘을 쏟아 내고 있다. 완전히 시들어버린 것 같은 꽃송이에서 내일 아침이면 다시 새로운 꽃봉오리가 만들어지는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플록스다.
호스타는 2년 차가 넘어가면서 꽃대를 세 개, 네 개씩 넉넉하게 올리고 있다. 또 꽃이 지속적으로 피고 지며 개화기간도 한 달에 가까울 정도로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지난 세 달간의 여름 기운을 응축한 후 한꺼번에 분출하는 모습이다.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10센티가 넘어가는 백일홍 베너리 자이언트 와인. 진한 자줏빛의 탐스러운 이 녀석과 함께 있으면, 이름 그대로 와인의 향기가 마당 가득 퍼져가는 느낌이다. 꽃의 분위기만으로도 하루 종일 취하게 되니, 좋아하던 술도 최근에는 덜 마시게 된다.
5월 말부터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운남소국. 운남소국은 꽃이 한 번씩 밀물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지는데 지금은 밀물의 시간이다. 봄의 끝자락부터 겨울 전까지, 거의 언제나 피어 있는 반려꽃 같은 친구다.
솔체가 하나 둘 피기 시작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솔체가 피어나면 가을의 햇살이 잔잔히 내려앉는다. 올해의 정원과 작별해야 하는 계절의 시작. 조금은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벗어날 순 없다. 이렇게 가을을 보내야 내년의 충만한 봄이 찾아온다.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되었고, 내년의 정원도 함께 시작되었다. 어쩌면 정원의 순환은 가을에서 시작해 여름에서 끝나는 것일 수도.
그럼 만화의 가드닝 일기 오늘은 이만.
(2025년 9월 1일~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