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에게 이상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저는 키 작고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해요. 차분했으면 좋겠고 나이는 저보다 많지 않은 사람을 선호해요."
"그럼 적극적인 여자는 어때요?"
"적극적이면 좋죠. 근데·····."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호감 표시를 하는 건 당연하다. 서로에게 구애를 하고 뜻이 같으면 사랑을 하는 과정은 이 세상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여자에 비해서 남자가 더 적극적이긴 하지만 여자가 적극적일 때도 있다. 사랑에 있어 거침없는 사람들.
몇 년 전 춤을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뷔페집 서빙부터 놀이공원 아르바이트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일했던 곳은 패스트푸드다. 그곳에서 알게 된 여자 아이가 있었다. 가끔씩 같은 공간에서 휴식을 가질 때도 있어서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공감대도 있고 말이 많았던 아이라서 대화를 할 때 어색함은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시시콜콜한 카톡부터 자신의 일상까지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줄 것이 있다면서 휴식을 갖고 있던 나를 찾아왔다. 주머니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더니 내 앞에 내밀었다. 츄파춥스였다. 이걸 주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사탕을 준 뒤로 그녀가 나를 의식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리면 그녀와 눈을 마주치기 일쑤였다. 아니겠지, 생각했다. 아니길 바랐다. 마음이 가질 않는데 사건은 빼빼로데이, 11월 11일에 벌어졌다.
코로나 시국 전이라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마시며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어 있을 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녀에게 카톡이 왔다. 줄 게 있다고. 또 츄파춥스를 주려고 하나.
무언가 잔뜩 챙겨 온 그녀는 술집으로 들어오면서 빼빼로데이라 직접 만든 쿠키를 술집에 있는 일행들에게 하나 둘 나눠줬다. 다들 조그만 쿠키가 들어있는 봉지를 받았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건네줬는데 남들과는 다른 모양에 당황했다. 방금까지 일행들에게 주었던 것과는 크기부터 다른 특별한 쿠키, 오직 나만을 위한 쿠키를 만들어왔다. 연인 사이도 심지어 썸도 아닌 그냥 아는 사이인데.
그러려니 했다. 사람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출하는 건 원치 않았지만 한국은 표현의 자유가 있지 않은가. 쿠키를 받았으니 고맙다는 성의는 보여야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쿠키를 한 입 물었다. 음,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하지 않겠다. 그녀는 빈자리가 있었지만 의자를 가져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이야기 전환이 필요했다.
남녀가 모인 술자리에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있다. 이상형이 무엇인가. 모두가 동의했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상형이 무엇인지 말했다. 순서대로 한 명씩, 첫 번째로 내가 말했고 마지막 차례인 그녀도 말했다.
"이 사람이요."
그녀가 손가락은 나를 향했다. 각도를 조금만 틀면 다른 남자였는데 정확히 나를 향해있다.
카톡을 읽지 않아도 끊임없이 온다. 사람들에게는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다. 부담스럽다. 연애도 썸도 아닌 상황에서 마음을 표현을 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없는 상태고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는 게 섣부를 뿐이다.
상대방의 이유 없는 호의는 경계심을 갖게 만든다. 무슨 의도인지, 어떤 목적이 있는지 수많은 생각을 자극하기에 마음을 쉽게 줄 수 없다. 이유가 명확하게 보이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명목이라면 모른 척하고 받아줄 수는 있겠지.
사람에게 다가갈 때는 '천천히'가 중요하다. 마음은 백화점 회전문처럼 쉽게 열리고 돌아가는 게 아니다. 괜찮은 사람인지 나와 맞는 사람인지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짧은 시간에 인식을 하려고 하면 사람도 오류가 난다. 적어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표현을 했으면 좋겠다. 츄파춥스처럼.
*글의 편의성을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