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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Jun 05. 2022

이별은 만남이란 전제가 존재하기에_2편

연애 수필집




버스가 도착했다. 그녀가 먼저 버스를 타면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버스는 출발을 하고 나도 버스를 타려는데 카톡이 왔다.



[오늘 햄버거 사줘서 고마웠어! 다음에는 내가 사줄게!]


그녀는 나를 설레게 한다. 지금까지 무뎌졌던 감정들을 견고하게 만들어준다. 평범했던 내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다음 날이 되고 퇴근을 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오늘은 내가 저녁 사줄게! 냉면 좋아해?"


21살까지 되고서 냉면을 사 먹으러 가본 적이 없었다. 그녀 덕분에 처음으로 음식점에 가서 냉면을 먹게 됐다. 그녀와 헤어지면 밤이 깊어질 때까지 카톡을 했고 어느 날은 그녀가 나에게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봤다. 이상형이라.


"내 이상형? 음."


뭐라고 말해야 될까 고민을 했다. 사실 나도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한 번쯤은 티를 내보고 싶었다.


"내 이상형은··· 너야."

"엥? 뭐라고? 진짜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던졌는데 그녀는 당황한 것 같다. 장난인데 뭘 그렇게 놀라지?


"사실 나 오빠한테 할 말 있어!"

"할 말이라고? 뭔데?"

"근데 부끄러워서 말 못 하겠어."


결국 그녀는 용기 내어 고백을 했다. 좋아한다는 소리가 이토록 짜릿한지 처음 알았다. 우린 모든 것이 좋았고 사귀기로 했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그녀의 남자 친구의 이야기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남자 친구랑 헤어진 지 좀 됐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남자와 사귀게 된 것도 본인이 좋아서 사귀었다기보다는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며 만나보라고 분위기를 몰아서 만나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이젠 마음 편히 그녀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설렜다. 그렇게 우린 3년 동안 쉼 없이 사랑했다.


우리의 시간은 흘렀고 그녀가 먼저 내게 이별을 말했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3년은 결코 짧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별 뒤에 오는 후폭풍이 생각보다 많이 쓰렸고 겨우 견뎌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서로 웃고 떠들던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 걸까. 차라리 서로 상처 주고 할퀴던 아픈 기억들이 생각났다면 이렇게 아프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잊으려고 노력하니 잊어졌다.


내 인생에서 그녀는 잊어졌다. 함께했던 추억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헤어지고 3년 만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고. 그녀는 내 번호나 카톡이 없어서 인스타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DM을 확인했을 때 잘못 본 줄 알았지만 그녀의 이름이 정확하게 쓰여있었다. 나야 그 누구보다 잘 지내고 있었지, 너보단.


DM을 주고받는데 꽤나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다고 한다. 그래 봤자 아직 20대 중반인데 벌써? 그럼 나한테 연락을 한 이유가 뭐지, 싶었다.


'나한테 연락을 한 이유가 뭐야?'

'결혼하고 육아까지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고. 우울증까지 있어서 더 힘든데 생각나는 사람이 오빠밖에 없더라.'


누가 보면 내가 친오빠인 줄 알겠다. 그녀의 사정을 들었을 땐 마음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쏟았던 사람이 행복하길 바랐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가슴이 싱숭생숭해졌다. 나를 찼던 사람이 힘들다고 나에게 연락을 준 미련함과 애증이 섞인 이 느낌을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녀에게 연락이 오고 나서 잊고 있었던 그녀와의 추억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 기억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생각이 많아지고 마음이 아려왔다.



[너랑 연락하면 답답하고 힘드니까 더 이상 나한테 연락하지 마.] 


3년의 연애가 6년이 넘는 인연으로 이어질 줄은 그녀도, 나도,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사실 오랜만에 그녀에게서 연락이 와서 반가웠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와 헤어진 후 나보다 잘 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다행히 나보다 못 사는 것 같아서 그녀를 이긴 기분이 들었지만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제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겠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잊어야 내 마음이 괜찮아지니까. 다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수 없는 사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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