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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달 Nov 19. 2023

패스트푸드점인데 사무실에서 면접을?

문자로 알려준 장소에 도착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N사 패스트푸드점에 대한 간판은 커녕 낯선 문구로 새겨진 기업 사무실로만 가득찼다. 잘못 찾아온 걸까? 밖에서 혼자 서성거리다가는 면접 시간에 늦을까 싶어 문자를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주소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 제가 문 앞으로 나갈게요. 잠시만요"


기다리던 장소 앞에 있던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오라는 여성분의 손짓에 들어간 곳은 평범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무실이었다.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들이 보이고 안쪽에는 회의실이 보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영락없는 사무실 모습이었다. 나는 사무실 직원이 아니라 패스트푸드 매니저 면접을 보러 온 건데 왜 여기로 온 것일까? 나를 안내해주던 여성분은 회의실에 앉아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마실 거 드릴까요?"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라 전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덕분에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게 어려워졌고 어느새부턴가 얼굴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건 실례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사람은 관상을 봐야 하는 법. 물론 정확하지는 않지만 생김새에 따라 성격이 보이고 일을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 판별할 수 있다. 나를 면접보는 저 사람들은 관상이든 생김새든 얼굴을 확인하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음료를 권하는 저 멘트를 그렇게 해석했다. 눈치 못 채고 괜찮습니다,라고 했다가는 얼굴을 확인 못 해서 마이너스가 될 거 같은 마음에 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담당자 얼굴을 바라보며 일부러 얼굴이 보이게끔 마스크를 내린 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올렸다.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행히 관상은 괜찮았나 보다. 지금까지 M사는 물론 현재 L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나의 경력을 자연스럽게 들어냈고 형식적인 몇몇 질문들을 끝으로 면접과 동시에 채용이 이루어졌다.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어요?"

"내일 바로 L사 사장님에게 말씀드리면 다음 주부터 출근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주부터 이쪽 사무실로 출근하면 됩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이유

사무실에서 면접을 본 이유는 N사 패스트푸드점을 오픈하는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법인 회사였기 때문이다. 매장은 현재 인테리어 공사중이라 완공되려면 한 달 정도 남았다고 한다. 남은 기간 동안 사무실에서 N사 메뉴얼을 숙지하고 오픈을 함께 할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면 된다고 했다. 벌써부터 설렌다. 지금까지 아르바이트생이었던 내가 이제는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 입장이라니. 아, 그리고 내 자리는 저기 비어있는 곳에 앉으면 된다고 한다.


L사 사장님을 찾아가 새롭게 오픈하는 매장에 매니저로 채용이 되어서 퇴사를 해야된다고 말씀드린 뒤 N사 사무실로 출근했다. 내 자리로 찾아가 앉으니 마치 드라마 '미생'처럼 회사원이 된 것 같았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첫 번째로 아르바이트 충원, 두 번째는 메뉴얼 숙지. 오픈하기 전에 얼른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야 한다. 알바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지원자들에게 면접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면서 그 외 시간에는 메뉴얼을 숙지하면서 일했다.


아르바이트 지원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다들 나처럼 오픈 매장에 대한 설렘이 있던 걸까? 다행히 원하는 인원만큼 채용을 할 수 있었고 덩달아 매니저도 한 명 더 뽑게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인테리어 중인 매장에 방문해서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타 매장에서 실무 교육을 받으면서 오픈 준비를 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

오픈 5일 전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각종 기구들이 배치되고 조명이 비춰지니 매장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게 새 매장 냄새구나. 새집증후군이 걸릴 거 같은 냄새를 크게 맡으니 벌써부터 설렜다. 매장의 오픈을 함께하는 직원이 됐으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3일 전 판매 시뮬레이션을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직원들이 매장으로 모였다. 시뮬레이션이라 함은 말 그대로 고객이 주문을 했을 때 버거를 만들고 포장해서 드리는 것까지 모두 연습해보는 것을 뜻한다. 매니저와 점장을 포함한 아르바이트생 중 누구하나 정신 차리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처음이니까.


오픈 하루 전까지 시뮬레이션은 계속 됐다. 직원들은 모두 패스트푸드 경력이 있어서 괜찮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일 자체를 처음해보는 사람도 있어서 힘들었다. 과연 오픈 첫날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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