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즈메이니아호랑이, 학살과 보호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현대까지 살아남은 가장 큰 육식성 유대류였습니다. 호주 본토에서 분산된 태즈메이니아 섬의 개체군은 약 14,000년 전에 발생한 해수면 상승에 의해 20세기 초까지 고립된 상태였습니다. 1803년 유럽 정착민이 들어오기 전까지 섬의 흔한 동물이었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1936년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멸종되고 말았습니다. 대량 학살과 서식지 파괴, 동시에 일어난 먹이 종의 멸종, 외래종 유입 및 질병 등이 멸종의 주요인이었습니다.
정착민들은 태즈메이니아호랑이가 농업과 목축업에 위협이 된다고 여겼습니다. 1820년 상업적인 양 목장이 들어선 후, 가축을 훔치고 죽이는 포악한 동물로 악마화되었습니다. 정착민들은 현상금 제도를 입법하기 위해 수차례 탄원서와 청원서를 보냈습니다. 1888년 포상 제도가 법률로 제정되었고, 정부 차원에서 태즈메이니아호랑이 멸절을 위한 대규모 학살이 독려되었습니다.
한 마리당 1파운드의 현상금을 지급하는 정부의 포상 제도는 1888~1908년까지 시행되었고 지급은 1909년까지 이루어졌습니다. 민간 토지 회사인 반 디먼스 랜드 컴퍼니는 1830~1914년까지 포상금 제도를 운영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현상금 사냥이 있었습니다.
1888~1905년 사이 희생된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1,954마리였으나, 1905~1908/9년에는 230마리로 급감합니다. 종의 번식 및 회복 능력이 상실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803년 정착민이 들어올 때는 2,000~4,000여 마리로 추산되었습니다. 1909년 4월 26일 정부에 의해 포상 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덫과 총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섬의 오랜 거주자였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인간과의 조우 이후 불과 100여 년 만에 멸종 위기에 처했고 1920년대에는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당시 희귀해진 태즈메이니아호랑이를 잡은 사냥꾼들은 무척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려진 야생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정착민 윌프 베티의 총에 맞았습니다. 사체조차 두려워한 그의 개는 3일간 집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알려진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죽음 이후에도 여러 차례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정부와 민간은 수색대와 탐험대를 조직해 섬 전역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증거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 가능성은 꾸준히 주장되고 있습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 학살을 위한 현상금은 살아있는 개체를 찾기 위한 현상금으로 바뀌었습니다.
1983년, 미국의 미디어 거물 테드 터너가 태즈메이니아호랑이 생존 증거에 대해 10만 달러의 포상금을 걸었습니다. 2000년 탐험가 머레이 맥칼리스터는 탐험 후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터너에게 보냈으나, 포상 계획이 철회되었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2005년 3월, 호주의 미디어 거물 케리 패커가 살아있는 태즈메이니아호랑이 포획의 대가로 125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뉴스 잡지 The Bulletin의 창간 1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이었습니다. 마감 시한인 2005년 6월 말까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적자에 시달리던 잡지는 폭발적인 관심으로 400만 달러에 달하는 홍보 효과를 누렸습니다. 이후 태즈메이니아 여행사의 스튜어트 말콤도 The Bulletin의 사례에서 영감을 받아 포상금 175만 달러를 제안했습니다.
1980년대까지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던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1982년 국제자연보전연맹, 1986년 태즈메이니아 정부에 의해 끝내 멸종이 선언되었습니다. 생존 증거 확인 없이 50년이 지나면 멸종이 선언되는 당시 국제 기준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는 2013년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서도 삭제되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현상금 제안들과 열렬한 탐험가들의 수색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죽이기'는 쉽지만 '살리기'는 어렵거나 불가능합니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아호랑이, 벤자민이 개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외로워서였을까요, 아니면 원래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었을까요. 우리가 학살이 아니라 공존을 택했다면, 지금도 보호구역 어디선가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낯선 땅에 삶의 터전을 이루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을 정착민들의 각박한 마음도 이해됩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의 멸종은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슬픈 일입니다.
자료출처
Extinct or not, the story won't die, 2005
http://www.naturalworlds.org/thylacine/
https://web.archive.org/web/20071213055448/http://net.pembrokesc.vic.edu.au/home/tiger/welcome.html
Risking it all in a last-ditch search for Australia’s lost tiger, Graham Lawton, 2017
https://salten.cz/2021/03/07/kerry-packer-offered-1-25million-for-the-capture-of-a-tasmanian-t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