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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s Mar 30. 2024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쇼펜하우어로부터-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ed the cat)”라는 영어 속담이 있는데, 뭔가에 지나친 호기심을 보이다가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 밀리의 서재


아이 아빠는 왜 바람을 피우게 된 걸까. 취미도 없고 친구도 없고 돈도 잘 안 쓰고, 책도 안 보고 티브이에 나오는 먹방을 보며 집에서 맥주나 왕창 들이켜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결혼한 지 2년도 안 되었고 아이는 백일 즈음이었다.


뭐가 이 사람을 갈증 나게 했을까?

뭐가 단조로워서 일탈을 혹은 충동을 일으키게 되었을까?


사실 결혼을 하고 보니 집에서 늘어진 티 입고 술만 마시는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다.

그래도 아이의 아빠이고 나의 동지이며 가족의 일원으로 소중함에는 변함이 없지만, 자고 싶단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출산으로 내가 피곤한데 왜 그 사람이 안 씻고 자기 시작하는지 궁금했다.

화장실 들어가서 물 안 내리고 뭐 하다 나오는지 이상할 때가 있었고, 매일 욕하던 사무실 바람피우는 동료 이야기를 요즘 안 하길래 궁금해지던 때가 있었다. 그냥 결혼의 권태려니 일상이려니 하고 육아로 우리의 대화가 줄어드는 거구나 싶었다.

주말에 갑자기 잠이 길어지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아이와 나랑 함께 무얼 특히 하려고 하지 않아 인생 앞으로 재미없겠다 절망스러워질 때쯤 우연히 핸드폰을 열게 되고 우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바람 때문은 아니다.


나에겐 지적호기심이 있다면 그에게는 사람에 대한 결핍이 있었던 것뿐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고, 이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은 나만 하고 있었나 싶었다. 그렇게 일이 생기고 든 생각은

'아, 더 이상 이렇게 안 맞는 옷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이제 다시 나를 위해 살 수 있겠다. 이 사람을 내 곁에서

떼어도 되겠다.'

"다시 나를 위해 살자!"




“모든 의욕은 욕구에서, 즉 결핍이나 고뇌에서 생긴다. 이 욕구는 충족되면 끝난다. 그러나 하나의 소망이 성취되더라도 열 개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고 남는다. 더군다나 욕망은 오래 지속되고, 요구는 끝없이 계속된다. 즉 충족은 짧은 시간 동안 불충분하게 이뤄진다. 의욕한 대상을 얻지 못하면 확고하고 지속적인 충족은 얻을 수 없다. 이는 마치 거지에게 늘 던져 주는 적선이 오늘 그의 목숨을 이어 주어 고통을 내일까지 연장시키는 것과 같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 밀리의 서재



무엇이 그를 그렇게 결핍 있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 순간에도 나를 지켜주려는 사람들의 말은 하나 같다.

너는 잘못이 없어, 그냥 너 탓하지 말고 너대로 살아. 잘 살고 있어.


그리고는 은연중에 또 다른 친구랑 이런 말을 했다더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우리도 조심하자."

뭘까 그 친구들은 지키려는 게. 자신의 안위일까 스스로의 자존심일까.


이혼을 통해 각자 지키고 싶어 하는 욕망들이 드러난다.

불쌍해 보이는 나를 지켜주려는 욕구, 자신의 가정이 안전하길 바라는 욕구, 아이 아빠의 돈에 대한 욕구,

나를 위해 이혼하면서 아이를 걱정하는 별 이상한 욕구에 이르기까지...




절박해지지 말자.

스스로를 절박한 상황에 놓아두지 말자.

욕망은 변질되고, 선택은 실수가 되어 나에게 고스란히 남는다.


욕망에 무너지지 않으려면 자기 안의 본성에 기민해지고 나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 한다.

무엇을 위한 마음이냐. 무엇을 가지고 싶고 왜 가지고 싶으냐.


인간은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격에 지배받는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이 싫어하는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는 데 환멸을 느낀다.

모든 행위는 자기 본성의 동기에 따라 이뤄진다. 성격의 변주곡에 불과하다. 동일한 성격이 수백 가지의 다양한 인생 행로로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 성격에 규정된 인생의 행로를 갈 뿐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선택도 이런 성격에 지배를 받고 있다.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 밀리의 서재


글을 마치려고하자 이렇게 모든 게 나의 오만이라고들 알려준다.

그냥 , 나대로. 살고 싶은대로 살다가 실컷 후회하고 많이 아프고 견디고 구르다 포기하고  을때

힘이 빠지려나보다하고 살자. 또 다른 삶을 새로 사는 타이밍에 나를 질책할 이유는 없다. 생각은 의지로 변한다해도

쇼펜하우어 말처럼 천성은 안 변한다면, 그냥 또 사는 수밖에 - 열심히 일하고 살뜰히 챙기고 뜨겁게 사랑하고

무엇보다 아들을 챙기고! 주어진 생에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거 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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