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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서 내 생일을 비공개했다.

평온한 생일을 위해, 감정에 휘둘리는 모든 빌미를 없애기로 했다

by 썬피쉬

카톡에 내 생일 알림이 뜨는 날,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했다. 누군가 내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고, 선물까지 건네주었지만, 마음속에는 이상한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예전에는 생일이 다가오면 설렘이 밀려오곤 했다. "이번엔 누가 나를 기억해줄까?"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 이런 기대감은 매번 나를 들뜨게 했지만, 그 기대가 무언가 비교와 실망으로 이어지곤 했다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한 번은 내가 그들에게 건넨 선물보다 상대적으로 소박한 선물을 받았을 때, 혹은 아무런 선물도 받지 못했을 때 느꼈던 서운함이 떠오른다. 별거 아닌 듯해도 그 감정은 내 마음에 작은 상처로 남아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생일을 맞이하며 축하받기를 기대하던 그 시간이 점점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왜 나는 이렇게도 감정에 휘둘리는 걸까?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그 마음은 순수하게 그 사람을 축하하고 싶은 데서 출발해야 했다. 선물이란 본래 주는 사람의 진심을 담아 감사와 축하를 전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선물은 교환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무엇을 줄지 기대했고, 그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는 불필요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자체로 끝내는 것, 그것이 선물의 본래 의미다." 나는 그 사실을 다시금 내게 상기시켜야 했다.


그래서 이번 생일부터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카톡에서 내 생일 알림을 숨기는 것이다. 알림이 없다면 타인에게 부담도 줄 필요가 없고, 그로 인한 기대나 실망도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축하를 강요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는 오직 감사한 마음과 그 순간의 기쁨만을 위해 주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혹은 어떤 선물을 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해 서운함을 느끼지 않겠다고 마음을 비웠다.


내 생일 알림을 숨기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마음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예전의 나였다면 섭섭함이 밀려올 법한 상황에서도, 이제는 '아, 내 생일을 몰랐을 테니 어쩔 수 없지' 하고 담담하게 넘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생일은 비로소 나에게 평온한 하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 연락도 오지 않으니 가끔은 마음 한구석에서 허전함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모든 기대와 섭섭함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나도 인간인지라, 축하받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이 허전함은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 허전함마저도 생일이라는 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진정한 평온이란 모든 감정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걸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내 생일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든 없든, 나는 나의 하루를 의미 있게 채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 안에서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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