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행복은, 그저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얻어지는 선물인지 모른다.
어릴 적부터 행복은 언제나 무언가 성취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성공해야 행복하다", "좋은 직장을 가져야 행복하다", "1등을 해야 행복하다", "승리해야 행복하다"는 말들이 내 인생을 지배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행복을 목표로 삼았고, 매일의 노력이 마치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여정 같았다. 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위해 공부했고, 사회에 나가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행복은 마치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지개 끝처럼 항상 조금 더 노력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무엇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다. 행복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학업에서, 직장에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언제나 큰 성취나 승리만을 목표로 삼았던 나에게, 그런 성취의 순간들은 짧은 만족감과 성취감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한순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했고, 그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느껴졌다. 모든 것을 참아내야 한다고 믿었던 내게 진짜 행복은 의외로 그 고통의 틈새에 숨어 있었다.
아내와 나누는 진심 어린 대화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서 느끼는 따뜻함, 딸의 웃음소리, 식탁 위에 놓인 정성스러운 반찬들이 만들어내는 그 평화로움 속에서도 행복은 피어났다. 따스한 햇볕 아래 조용히 걷는 길, 발밑에 핀 작은 풀을 보고 잠시 멈춰선 그 순간에도 행복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발이 아파 일주일간 걷지 못하다가 다시 혼자 걸을 수 있었을 때 느낀 그 평범한 순간이 주는 감사와 기쁨 역시 잊을 수 없는 행복이었다. 이런 모든 순간들은 거대한 목표를 달성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반짝이며 다가오는 선물 같았다. 나는 무언가 성취하지 않아도 이미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이 나를 눈멀게 했을 뿐이었다.
행복은 정해진 목표가 아니었다. 마치 길을 걷다 불현듯 발견한 들꽃처럼, 내가 계획하지 않은 순간에 자연스럽게 내 앞에 피어났다. 그것은 특정한 성취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삶 속에서 현재를 충분히 살아가면서 맞이하게 되는 것이었다. 언제나 더 멀리, 더 높이만 바라보던 내 시선이 바로 곁에 머물기 시작했을 때, 행복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하루라도 잠깐 멈춰서 숨을 고를 여유를 가질 때, 행복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삶은 인내로 이룬 행복의 여정이었다
어쩌면 행복은, 그저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얻어지는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큰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왔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한 소소한 순간들이 내 삶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때로는 실패였고, 때로는 성공이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었다.
행복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걷는 여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어린 시절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져 무릎이 까졌지만, 다시 일어나 페달을 밟았을 때 느꼈던 작은 성취감도 행복이었다. 그 아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기를 선택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직장에서 야근하고 돌아오는 길, 지친 나를 향해 "힘들지"라는 아내의 한마디에 위로받았던 그 순간도 행복이었다.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내 모든 피로를 풀어주던 순간은 세상이 줄 수 있는 그 어떤 보상보다 값졌다. 그렇게 매일 일어나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을 완성해 갔다.
만약 내가 그 힘든 순간들을 참지 못하고, 살아가기를 포기했다면, 행복을 찾지 못하고 불행하다고 결론 내렸을 수도 있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많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던 밤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한 발짝씩 버텨냈기에, 지금의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버텨냈기 때문에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도, 딸의 웃음소리 속에서도, 햇볕이 따사로운 오후의 산책 속에서도 행복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상을 버티며 살아내니 결국 행복해졌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더 너그러워지고, 주변의 모든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자, 행복은 이미 내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에는 미래에만 집중하며 앞으로 달려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가끔 뒤를 돌아보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자 한다. 결국, 힘든 순간을 견디고 넘겼기에 지금의 나에게 행복이란 선물이 다가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