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내가 싫어질 때’입니다.

by 장수댁 고양이
%EC%A0%9C%EB%AA%A9%EC%9D%84_%EC%9E%85%EB%A0%A5%ED%95%B4%EC%A3%BC%EC%84%B8%EC%9A%94_-002-2.png?type=w1


주에 한번은 당근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여러 글을 보다 보면 제 사고가 편협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시각이 다른 사람 얘기를 듣는 건 언제나 신선합니다.


쓰고 싶은 글 말고 ‘정해진 주제’를 고민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 “생각 좀 해봐”라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습니다. 사는 게 바빠 남 일까지 참견할 여유가 없어서일 겁니다. 괜히 참견해도 욕 먹기 일쑤입니다.


오늘 글쓰기 주제는 ‘내가 싫어하는 것’입니다. 우리 부장, 순대 간, 사람 바글바글한 백화점과 클럽이 떠오릅니다. 싫어하는 걸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겁니다. 오늘은 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싫어하는 것’이란 말을 듣고 처음 떠올린 건 ‘혼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고서 오타 때문에 혼난 겁니다. 오타는 봐도 봐도 늘 있고, 이번에도 똑같습니다. 부장은 한숨을 쉬었고,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그만 가봐”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 한숨까지 다 듣고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곤 남은 일을 처리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혼나는 거야 누구나 다 싫겠지만 저는 유독 심합니다. 혼난 후유증이 3~4시간은 기본이고, 집에 가서도 생각납니다. 밤에 잠을 못 자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일단 제가 잘못한 게 분명하고, 부장도 비인격적으로 대한 게 아니라 ‘분노의 칼’은 늘 제게로 향합니다. ‘왜 그것밖에 못했어?’ ‘하면 할 수 있는데 정신이 빠졌구나?’ 등 아무도 하지 않은 비난이 저를 향합니다.


-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혼난 것과는 별개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혼나서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보통은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저도 제가 한심해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한심한 사람이라고 낙인찍게 되는 순간’입니다. 거기엔 대책도 없습니다.


다만 그 짓도 계속하면 무뎌지고, 결국 어느 순간 주저앉습니다.


주저앉게 되면 꽤 오래갑니다. 한없이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알아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를 보거나 쇼츠를 보거나 잠을 청합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말입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는 죽음의 문턱이 가까워질 때입니다.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때 말입니다.


-


다행히 그런 상황까지 가면 도움의 손길이 절 그냥 두지 않습니다. 억지로 끌고 나가 바람이라도 쐬게 하는 집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사가 나가자고 못 이기는 척 따라 나갑니다. 바람을 쐬면 제정신이 돌아오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식합니다. 그리곤 뭐라도 시작합니다. 최근 글을 열심히 쓰게 된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처음에는 글 때문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열심히 썼는데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열심히 써도 우울한 건 똑같습니다.


브런치에서 떨어졌을 때가 그랬습니다. 한없이 우울해집니다. 떨어진 이유도 모릅니다. 집사는 그때 얘기했습니다. 10번이든 20번이든 도전하라고 말입니다.


글쓰기 연습이 제 오타를 잡지 못하니 아마 또 혼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집사가 있으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운 당신께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