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사랑에 관한 사유
사랑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내가 싫어질 때’입니다.
by
장수댁 고양이
Nov 15. 2023
주에 한번은 당근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여러 글을 보다 보면 제 사고가 편협하다는 게 느껴집니다. 시각이 다른 사람 얘기를 듣는 건 언제나 신선합니다.
쓰고 싶은 글 말고
‘정해진 주제’
를 고민하는 일도 즐겁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로
“생각 좀 해봐”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습니다. 사는 게 바빠 남 일까지 참견할 여유가 없어서일 겁니다. 괜히 참견해도 욕 먹기 일쑤입니다.
오늘 글쓰기 주제는
‘내가 싫어하는 것’
입니다. 우리 부장, 순대 간, 사람 바글바글한 백화점과 클럽이 떠오릅니다. 싫어하는 걸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겁니다. 오늘은 제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싫어하는 것’이란 말을 듣고 처음 떠올린 건
‘혼나고 있는 상황’
입니다.
보고서 오타 때문에 혼난 겁니다. 오타는 봐도 봐도 늘 있고, 이번에도 똑같습니다. 부장은 한숨을 쉬었고, 더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그만 가봐”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 한숨까지 다 듣고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곤 남은 일을 처리합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혼나는 거야 누구나 다 싫겠지만 저는 유독 심합니다. 혼난 후유증이 3~4시간은 기본이고, 집에 가서도 생각납니다. 밤에 잠을 못 자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일단 제가 잘못한 게 분명하고, 부장도 비인격적으로 대한 게 아니라
‘분노의 칼’
은 늘 제게로 향합니다. ‘왜 그것밖에 못했어?’ ‘하면 할 수 있는데 정신이 빠졌구나?’ 등 아무도 하지 않은 비난이 저를 향합니다.
-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혼난 것과는 별개로
‘나아지지 않는다’
는 점입니다.
혼나서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보통은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 저도 제가 한심해지기 시작합니다.
‘스스로 한심한 사람이라고 낙인찍게 되는 순간’
입니다. 거기엔 대책도 없습니다.
다만 그 짓도 계속하면 무뎌지고, 결국
어느 순간 주저앉습니다.
주저앉게 되면 꽤 오래갑니다. 한없이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일어서야 한다는 걸 알아도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유튜브를 보거나 쇼츠를 보거나 잠을 청합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말입니다.
한계에 다다를 때는 죽음의 문턱이 가까워질 때입니다.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때 말입니다.
-
다행히 그런 상황까지 가면
도움의 손길
이 절 그냥 두지 않습니다. 억지로 끌고 나가 바람이라도 쐬게 하는
집사
가 있기 때문입니다.
집사가 나가자고 못 이기는 척 따라 나갑니다. 바람을 쐬면 제정신이 돌아오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식합니다. 그리곤 뭐라도 시작합니다. 최근 글을 열심히 쓰게 된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처음에는 글 때문에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열심히 썼는데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열심히 써도 우울한 건 똑같습니다.
브런치에서 떨어졌을 때가 그랬습니다. 한없이 우울해집니다. 떨어진 이유도 모릅니다. 집사는 그때 얘기했습니다.
10번이든 20번이든 도전하라
고 말입니다.
글쓰기 연습이 제 오타를 잡지 못하니 아마 또 혼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집사가 있으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사랑
결혼
우울증
2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장수댁 고양이
직업
소설가
당근마켓에서 매주 일요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INTP입니다.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집사가 벌어다 준 돈으로 흥청망청 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팔로워
24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운 당신께 위로를 전합니다.
애정결핍이라면 지금은 자존감을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