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쓰고 싶다면 사랑부터 받으시면 됩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야매 득도 에세이 (하완, 2018)

by 장수댁 고양이
IMG_3616.jpeg?type=w773


당신도 나중에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겁니다. 내용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하완 작가님이 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아는 책’입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처럼 힘을 빼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완 작가님이 겪은 ‘중년의 위기’와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 책은 강요가 없습니다.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자기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하완 작가님이 ‘자기 삶을 어떻게 보여주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겁니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처음부터 재밌습니다. ‘괴테’를 인용해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부분도 좋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오는 건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인용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그런 내용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만 남습니다. 이 책을 재밌다고 느낀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 말입니다.


-


당신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글을 쓰는 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일러스트 회사를 그만둔 일화부터 홍대를 가기 위해 사수생을 자처한 이야기, 10년 사귄 여자친구, 대책 없는 미래까지 담담하게 풀어냈습니다.


하완 작가님은 나라를 구하거나 일확천금을 번 사람이 아닙니다. 일하기 싫어 회사를 그만두고 적당히 살려고 하는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기 딱 좋은 사람이죠. 평범한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쓰면서도 ‘보고 싶게 썼다’는 말입니다.


저도 제 이야기를 씁니다만 ‘읽고 싶은 글’은 아닙니다. 전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거든요. 당신도 그 차이가 궁금하십니까?


-


당신이 읽고 싶은 글, 나 말고 남도 읽는 글을 쓰려는 이유는 뭡니까.


누가 당신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건 아닙니까. 당신만 알고 있기는 아까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거죠. 제가 작법을 공부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쉽게 읽히기 위해 문장을 짧게 쓰고, 소리 내 읽어보는 식이죠.


하지만 ‘읽기 쉬운’‘읽고 싶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후자는 대박이 나도 전자는 묻힐 수 있습니다. 열심히 썼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이버 노가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일기가 아닌 이상 보라고 쓴 글인데 슬퍼집니다.


-


문제는 읽고 싶은 글입니다. 읽기 쉬운 글은 작법서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작법서에서도 읽고 싶은 글을 다룹니다. 하지만 읽어도 모르겠네요.


읽고 싶은 글이 뭘까 고민해 봤습니다.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매력적인 사람이라면 바로 알 수 있으니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느낍니까?


제가 좋아하는 소설의 주인공을 생각해 봤습니다. <미 비포 유> 시리즈의 ‘루이자 클라크’입니다. 작가 ‘조조 모예스’는 루이자의 외모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알록달록한 스타킹 등 패션 센스가 꽝이라는 점과 영국 출신 20대 후반 여성이라는 게 전부입니다.


즉 제가 루이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한 행동과 태도에 있다는 거죠. 루이자는 기본적으로 사랑이 넘칩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쉽게 줍니다. 가볍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안다는 얘기입니다.


루이자는 성격이 삐뚤어진 전신마비 환자 ‘윌’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윌의 딸 ‘릴리’에게도, 뉴욕 재벌가의 며느리 ‘아그네스’에게도 사랑을 줍니다.


루이자가 무언가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사랑이 필요해 보이는 사람에게 사랑을 줍니다. 그 마음이 전해질 때도 전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이자는 한결같고 사랑을 느낀 그들은 루이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해피엔딩이죠.


루이자는 매달리지 않습니다.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도망가지 않죠. 담담하게 벌어지는 사건을 받아들입니다. 힘들면 화내고,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웁니다. 이렇게 보니 ‘안정형 애착’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당신이 독자에게 매달리지 않고 당신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 글을 썼다면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럴 수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안정적인 글’이니까요. 매달리지 않기에 강요하지 않고, 회피하지 않으니 당신 일을 담담하게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자신를 잃지 않는 방법’도 이런 식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루이자는 사랑이 풍부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거죠. 하완 작가님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10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켜준 여자친구가 계셨습니다. 요는 사랑받고 있었다는 거죠.


우리가 사랑을 충분히 받는다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같은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모든 일을 해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애정결핍이라면 지금은 자존감을 논할 단계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