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 중에 왜 ‘말하지 않는 수행’ 같은 책을 골랐는지 고민해 봤습니다. 당신도 묵언(默言)을 고민해 본 기억이 있습니까?
제가 말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돌아봤습니다.
집사와 싸우거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변 보통 말을 아낍니다. 그냥 눈을 감고 뚱하고 앉아있습니다. 열받아서 내지른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생채기를 내는 게 싫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은 거지 칼을 휘두르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육성으로만 들리지 않을 뿐, 마음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말을 안 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마음의 병 말이죠. 그렇다고 말을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다스러운 성격 때문에 한 번 입을 열면 닫을 사람이 없으니까요. 부정적인 말이 쏟아지는 걸 감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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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석환 작가님은 스피치 강사입니다. 작가님이 성대종양 치료를 위해 개학 전까지 43일간 묵언 수행한 이야기.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의 내용입니다.
책을 고른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책을 기대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 말을 안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그런 책이 아닙니다.
아파서 말을 안 하기로 했고, 이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내와 부모님, 친구 등. 이 책은 작가님이 말을 하지 않음으로 그 사랑을 느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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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열받아서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열받아서 말을 아끼기로 결심한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