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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Nov 17. 2023

사랑받고 있는지 느끼고 싶다면 묵언이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43일간의 묵언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 중에 왜 ‘말하지 않는 수행’ 같은 책을 골랐는지 고민해 봤습니다. 당신도 묵언(默言)을 고민해 본 기억이 있습니까?


제가 말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돌아봤습니다.


집사와 싸우거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변 보통 말을 아낍니다. 그냥 눈을 감고 뚱하고 앉아있습니다. 열받아서 내지른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생채기를 내는  게 싫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싶은 거지 칼을 휘두르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육성으로만 들리지 않을 뿐, 마음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말을 안 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겁니다. 마음의 병 말이죠.  그렇다고 말을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수다스러운 성격 때문에 한 번 입을 열면 닫을 사람이 없으니까요. 부정적인 말이 쏟아지는 걸 감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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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석환 작가님은 스피치 강사입니다. 작가님이 성대종양 치료를 위해 개학 전까지 43일간 묵언 수행한 이야기.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의 내용입니다.


책을 고른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책을 기대했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 말을 안 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그런 책이 아닙니다.


아파서 말을 안 하기로 했고, 이를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내와 부모님, 친구 등. 이 책은 작가님이 말을 하지 않음으로 그 사랑을 느껴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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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열받아서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열받아서 말을 아끼기로 결심한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닐 겁니다.


‘묵언’이라는 소재는 참신했지만 제가 공감하기에는 애매했습니다. 제가 “묵언할까” 물었을 때 집사가 단호히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집사는 대화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묵언은 접었습니다.


집사는 제가 뚱하고 있으면 말을 걸어줍니다. 하지만 그냥 두라고 하면 두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눈치를 보다가 다시 말을 겁니다. 그때는 저도 입을 엽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됩니다. 오늘도 평소보다 울적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사가 저녁으로 치킨을 사줬지만 여전히 우울합니다. 그냥 그런 날인가 봅니다. 책을 읽으며 위로받기를 바랐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집사가 괜찮다고 해주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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