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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Dec 03. 2023

여자친구가 보라색 코트를 샀다. 당신의 올바른 대답은?

‘좋아요’ 버튼과 “좋아합니다”의 차이 (2/2)

본격 ‘좋아요’ 파헤치기 글 2탄입니다.


저번 글에선 SNS에서 누르는 ‘좋아요’와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가 다르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좋아요’는 간편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는 표현 방식이었고,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정성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고, 그 이유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좋아요’는 ‘공허(空虛)’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선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개념과 그게 왜 공허한 지를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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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논다’는 개념입니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빈말’입니다. 


인사치레 등 빈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닙니다. 전 예의범절이 아니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경우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연인, 부부면 됩니다. 가까운 친구도 여기에 끼워줄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여자친구가 얘기합니다. “이번에 보라색 코트를 새로 샀어, 어때? 예쁘지?”


이때 그녀가 바라는 반응은 뭘까요? 연애를 해보셨다면 아마 ‘코트에 대한 객관적인 감상’을 말하진 않을 겁니다. 과거의 전 그랬습니다. 물어본 대로 대답했을 뿐이죠. 크흠.


코트가 내 눈에는 별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쁘네”라고 해줘야 하는 거죠. 상대방이 당신에게 그 말을 한 이유는 ‘예쁜 코트를 산 기쁨을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니까요. 자랑하고 싶다는 겁니다. 예뻐해 달라는 거죠.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예뻐해 달라니 어쩌겠습니까? 예뻐해 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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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당신이 하는 “예쁘다”는 말이 바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눈에는 코트가 별로니 진심으로 “예쁘다”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안 예쁘니까요.


그렇다고 사실대로 얘기하는 건 ‘최악’입니다. 후폭풍에 주의하십시오. 후환이 두렵습니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예쁘다”라고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것도 ‘별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쯤 되면 “어떡하라는 말이냐”라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 안 예쁜 걸 예쁘다고 말하는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거죠.


여기서 한발 더 가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마지못해 “예쁘네”라고 하면 당신의 여자친구가 이를 눈치채지 못할까요? 그걸 전혀 서운해하지 않고 넘어가주는 사람을 만났다면 좋은 사람을 만난 겁니다. 마음이 넓은 그런 사람이죠.


반대로 그녀가 당신의 미묘한 뉘앙스를 눈치챈다면 어쩔 건가요? 당신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팍 상해버린 거죠. 이건 누구 잘못입니까? 보라색 코트가 별로인 당신 잘못인가요? 아니면 보라색 코트를 고른 그녀 잘못인가요?


보라색 코트만 없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그녀는 이미 코트를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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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흔하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났으니 취향도 당연히 다를 것이고, 사고방식도 다를 겁니다. 위의 사례는 ‘보라색 코트’라는 특이한 경우를 예로 들었지만 일상으로 끌고 오면 사례는 더 다양합니다. 그녀의 취향도 있으니 나도 취향이 있을 겁니다. 둘은 다를 수 있죠. 


문제는 다르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거부감이 생깁니다. 이질감이 드니까요.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남 편’이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성향이 다르니 헤어지라는 건 제 글의 취지와는 맞지 않습니다. 맞춰보려는 시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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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교육이나 세뇌가 필요한 걸까요? 다행히 그런 무서운 얘기는 아닙니다.  


그녀가 “보라색 코트 예쁘지?”라고 물었으니 그녀는 보라색 코트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나는 아니죠. 즉 나도 ‘보라색 코트가 예쁘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겁니다. 


관건은 ‘어떻게’입니다. ‘어떻게 내 취향을 바꿀 수 있느냐’는 겁니다. 


취향은 살아오면서 형성됩니다. 자연스러운 겁니다. 물론 나중에 개발할 여지도 있습니다만, 그러려면 적어도 좋아하는 분야여야 합니다. 적어도 보라색 코트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보라색 코트의 예쁨’을 얘기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자, 이제 선택의 시간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글은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내 마음은 답을 줬습니다. 보라색 코트가 싫다고요. 머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게 두는 것과 둘의 방향을 맞추는 법입니다.


전자는 간단합니다. 빈말이지만 “예쁘다”라고 하면 됩니다. 여자친구가 꼬투리를 잡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후자를 고르려면 어려운 길을 가야 합니다. 머리가 일을 해야 하거든요. 


머리와 마음의 방향을 맞추기 위해선 머리가 뛰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해야 하죠. 보라색 코트가 왜 예쁜지 고민하라는 겁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왜 보라색 코트가 예쁘다고 했는지 그녀 마음을 헤아리라’ 고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마음의 방향이 바뀌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신 마음인데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여자친구도 보고 있을 테니까요.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마음이 좀 그래도 용서해 줄 겁니다. 고민했는데 마음이 변했다면 당신도 보라색 코트가 좋을테니 모든 게 해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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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좋아요’ 누르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린 보라색 코트 얘기를 나누고 있던 게 아니니까요.


방금 “좋아합니다”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머리와 마음이 함께 가는 방법’을 보여드렸습니다. 이제 읽기를 멈추고 잠시 생각해 보시죠.


‘좋아요’ 누르기가 익숙한 사람이 이런 복잡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좋아요’ 누르는 게 훨씬 쉽고 간편하고 오해의 소지도 없는데요? 말로 표현하려면 생각해야 하는 게 너무나 많습니다. 그게 싫어서 ‘좋아요’나 누르는 거니까요.


‘좋아요’에는 여러 가지를 담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지 여부만 알 수 있다는 겁니다.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고, 노력을 기울였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는 그게 진심이었는지도 말입니다. ‘좋아요’가 형식적인 버튼이 되는 순간, 즉 공허(空虛)한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요’ 누르기는 효율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멈칫해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당신은 언제 ‘진심(眞心)’을 표현해 보셨나요? 


‘좋아요’ 누르기보다 “좋아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게 왜 중요한지 이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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