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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댁 고양이 Dec 02. 2023

구독자가 10명을 넘어섰습니다.

‘좋아요’ 버튼과 “좋아합니다”의 차이 (1/2)

구독(購讀) : 특정 사이트나 앱의 채널을 저장하는 개념으로, 구독을 하면 알림이 새로운 게시물 (콘텐츠)이 올라올 때마다 울리기에 빠르게 새 게시물을 접할 수 있다.(출처: 네이버 오픈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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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입니다. 구독자 수가 10명을 돌파했다는 짧은 메시지를 받았거든요. 누군가 제 글을 보고 싶다고 ‘호의(好意)’를 표현한 겁니다.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누르는 ‘좋아요’는 그런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좋아합니다” 아닙니까? 조금 더 오글거리게 표현하자면 “이 글이 내 마음에 울림을 줬습니다”일 겁니다. 글에서 느낀 무언가가 공감이 됐고, 구태여 ‘좋아요’까지 눌렀으니까요.


다만 ‘좋아요’에 이런 의미부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좋아요’를 누를 때와 입을 떼어 “좋아합니다” 하고 표현할 때는 분명 다르거든요.


전자가 가볍다면, 후자는 무겁습니다. 분명 같은 ‘좋아요’인데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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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의미가 같은 ‘좋아요’인데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겁니다. 다른 부분을 고민해 보죠. SNS를 떠나 일상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나 “좋아합니다”라고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저라면 “그, 그래요? 갑자기? 왜요?”라고 할 겁니다. 그/그녀가 순수하게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기엔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죠.


SNS에 쓰이는 ‘좋아요’는 다릅니다. 암묵적인 ‘맥락’이 있으니까요. 내가 게시물을 작성했고, 그 게시물이 좋을 때 우리는 ‘좋아요’를 누릅니다. ‘구독’의 경우도 내가 작성한 게시물을 받아보겠다는 의미이니 단순히 나를 좋아한다는 위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좋아요’ 버튼과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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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의도적으로 설계됐습니다. 선택지를 줄이도록 말이죠. 특히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선택지를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바로 ‘좋아요’와 ‘댓글’ ‘구독’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멘트죠?


선택지가 줄면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5지선다 문제가 4지선다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여자친구에게 “뭐 먹을래”라고 물었을 때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면 머리가 아파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반대로 “떡볶이나 치킨”이라고 하면 성은이 망극하죠.


머리가 아픈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택지가 많으면 고민할 것도 많아지거든요. 선택지가 많은 SNS는 심심풀이로 보기가 어려울 겁니다. 보면서 고민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가볍게 즐길 수 있겠습니까?


이제 ‘좋아요’를 누른다는 개념을 다시 정리할 수 있겠네요. 바로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고, 눌러 준다고 손해 볼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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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는 어떤가요? 


일단 무엇을 어째서 좋아한다고 했는지 설명해줘야 합니다. 멋진 일을 해서 칭찬받을 만한 상황이거나, 나와 관계가 깊어 “좋아합니다”라고 했을 때 “나도”라는 답변이 돌아올 정도가 아니라면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좋아합니다”라고 하면 무섭잖아요. 전 가진 게 별로 없습니다.


요점은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는 변수가 많아 구체적으로 말하는 수고를 동반해야 한다는 겁니다. ‘좋아요’만큼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보기 어려운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특히 말로 표현할 때는 표현 방식에 따라 오해를 받을 여지도 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친구가 보라색 코트를 샀습니다.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보라색은 잘 어울리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묘하게 잘 어울리네”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기분이 좋을까요? 그건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오해받고 싶지 않다면 상대가 오해하지 않게끔 “보라색은 어울리는 사람이 없는데 너한테는 묘하게 잘 어울린다”라고 명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거죠.


사례를 설명하는 것도 이렇게 수고스러운데 다른 경우는 얼마나 많을까요. ‘지혜로운 사람은 말이 적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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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말로 표현하는 “좋아합니다”보다 ‘좋아요’나 누르는 게 나은 것처럼 보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좋아요’ 정도는 괜찮잖아? 하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당신도 느끼시겠지만 이런 글을 쓰고 있다면 그런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좋아요’는 ‘공허(空虛)’하기 때문이죠. 


그 얘기는 다음 글에서 마저 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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