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전달법'과 '너 전달법'
아이가 다섯 살 때, 나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아이와 싸웠다. 자아가 강해진 아이는 스스로 해보려고 하는 것이 많았고, 엄마인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제지하는 경우가 잦아 충돌했다.
엄마를 좋아하고 뭐든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아이는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녔고, 나는 아이의 행동 중 어떤 점은 귀찮거나 싫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내 마음과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아이가 삐지거나 화를 내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나도 점점 지쳐갔다. 매번 삐진 아이를 달래주자니 아이 버릇이 나빠질 것 같고, 내버려 두자니 엄마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읽게 된 계윤정 작가의 책 <말로 때린 상처가 더 아프다>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매일 언성을 높이는 부모나 인간관계가 힘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 전달법과 '너' 전달법
5살이던 아이는 엄마의 긴 머리카락을 좋아했다. 잡아당기거나 배배 꼬고, 붓처럼 만들어서 엄마를 간지럽히며 노는 걸 재미있는 놀이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까르르 웃어주는 엄마의 반응에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장난을 쳤다.
그런데 아이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모른다. 처음에는 엄마도 같이 놀아주며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지만, 계속되면 나도 사람인지라 '욱'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결국 아이가 삐지는 상황이 되는데, 처음 한두 번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달래주었지만, 계속 반복되니 나도 지치고 말았다.
이럴 때 <말로 때린 상처가 더 아프다> 책에서는 '나' 전달법을 사용하라고 말한다. 엄마의 생각이나 원하는 것, 느끼는 감정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게 좋다고 한다. 엄마의 상태를 아이가 제대로 인지할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다.
"나는 OO 하다."
"내 감정은 OO 하다."
"나는 OO 하고 싶다."
A : "너 엄마가 아픈 거 안 보여? 넌 엄마가 아플 때 항상 귀찮게 하더라."
B :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쉬고 싶어. 오늘 엄마가 쉬지 못하고 무리하면 더 아파질 것 같아. 네가 자꾸 놀자고 하면 엄마가 힘들어서 너한테 화를 낼 수도 있어."
내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아이가 계속 놀아달라고 보챌 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엄마 A와 엄마 B의 말 중 어떤 말에 더 수긍이 가는지 생각해 보자. 아이는 어떤 엄마의 말을 더 이해하고 엄마를 쉬게 해 줄까?
'나' 전달법은 아이가 엄마를 힘들고 화나게 할 때 아이를 비난하지 않고, 엄마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게 해준다.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을 말하면 아이가 엄마의 현재 상태를 알게 되고, 엄마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엄마를 도와주기도 하고, 자기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반대로 '너' 전달법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퇴근한 남편이 아내에게 식사 준비를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남편 C와 남편 D를 예로 들어보겠다.
C : "당신(너 전달)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직 저녁밥 준비도 안 하고 뭐 했어?"
D : "여보, 나(나 전달) 지금 너무 배고픈데, 좀 빨리 식사 준비를 해 주면 고맙겠어."
당신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남편의 말에 공감이 되고, 식사 준비를 빨리 해 주고 싶은가? 우리나라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이 아닌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스킬을 사용하면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부드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
엄마의 감정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전달하는 방법
그렇다면 아이와의 대화에서 어떻게 '나 전달법'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첫째, 아이가 문제의 행동을 할 때 엄마는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 엄마의 의견이나 판단이 들어가면 아이는 혼이 난다고 생각해서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꽃병은 만지면 안 돼. 그러다 깨지면 손이 다칠 수 있어."라든가, "엄마가 오늘은 늦지 않고 일찍 약속 장소에 가기를 원해."라고 사실만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다.
둘째, '항상', '늘', '언제나' 등의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지적할 때, 그 사건에 관해 이야기해야지 과거에 한 잘못까지 끄집어와서 이야기하게 되면 아이는 기분이 상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혼이 나는지 잊은 채 마음속에 분모만 쌓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너는 밥 먹을 때 항상 흘리더라."라던가 "넌 왜 항상 동생을 괴롭히니?"라는 말을 했을 때 아이의 기분이 어떨지 상상해 보자. 아이는 한 번의 행동을 했을 뿐인데, '일반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나쁜 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난과 평가를 받기 때문에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셋째, 아이의 행동이 엄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감정을 들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한다. 부부 사이에도 말로 하지 않으면 감정과 기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채기 힘드니 싸움이 나는 것이다. 미성숙한 아이는 상대방의 감정을 더 이해하기 힘들거라 예상된다. 아이에게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어떤 기분이 드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아이도 제대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너 엄마 좀 귀찮게 하지 마!" 대신 "엄마가 오늘 몸이 아파서 좀 쉬고 싶어. 엄마가 쉴 수 있게 도와줄래!"라고 사실과 엄마의 감정을 말하면 된다.
위 세 가지 방법만 기억하고 있다면 엄마의 마음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생각과 감정을 아이에게 솔직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엄마의 감정을 전달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나 전달법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다 보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아이를 혼내거나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는 '엄마이기에 항상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왜 그 행동을 했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찬찬히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엄마가 감정을 앞세워 아이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엄마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기 전에 아이의 욕구가 충족되었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과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럴 대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다. 어른도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고 피곤하면 짜증과 화가 나기 마련이다.
주변 환경에 아이가 말썽을 부릴만한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고, 위험한 물건이 없다면 아이는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식탁 위에 올려놓은 유리컵을 잡으려는 아이에게 "OO야, 유리컵은 만지면 안 돼. 깨지면 손을 다칠 수 있어서 엄마가 불안해."라는 말로 현상과 내 감정을 간단하게 전달하면 되겠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이는 컵이 거기 있기 때문에 만질 수도 있고, 물이 마시고 싶어서 만질 수도 있다. 엄마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환경 정리를 꼼꼼히 하여 위험한 상황이나 문제 상황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나 전달법을 통해 엄마가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아이에게 엄마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엄마가 자기 생각과 정서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있어야 남편이나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길이다. 엄마에게 배운 감정 전달법을 통해 아이는 자기표현 능력과 자기주장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래야 학교나 사회에서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모든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고 원활한 소통을 하여 아이와 함께 제대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나의 내면이 소리를 제대로 듣는 사람이라면 피곤하거나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힘들지만, 행복한 육아!
세상의 모든 엄마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