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 Nov 19. 2023

가끔 엄마도 혼자 있고 싶다.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긍정 에너지가 폭발하는 사람이다. 그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 속에서 타인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도 즐긴다.


반면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씻지 않는 날(외출하지 않는 날)을 일부러 만들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 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면 기운이 없어 누워서 쉰다. 휴대전화를 충전하듯 집에 혼자 있으면서 방전된 나의 에너지를 채우는 것이다. 그래야 나가서 또 신나게 놀 수 있지 않겠는가?






엄마도 혼자 있고 싶다.


누군가 말했다. 여자의 일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아이를 낳은 후로 나뉜다고. 공감하고 동감한다. 나 또한 아이를 낳은 후 삶이 180도로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결혼 후 5년 만에 찾아온 보석 같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임신 기간 내내 침대 생활을 했다. 그 후 4년 동안 외부와 단절되어 사람과 소통을 하지 못했다.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와 단둘이 보내야 했다.


15년 동안 살았던 광주를 떠나 터를 잡은 나주가 낯설었다. 신랑은 주말에도 출근했고, 밥 늦게 퇴근했다. 매일 회식을 하여 같이 육아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외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했던 나는 우울한 마음이 생겨 자존감이 낮을 대로 낮아졌다. 스스로를 다독여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아이에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더 이상 앉아있기조차 힘들 때가 있다. 무너지려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사랑하는 내 아이다. 엄마로 사는 게 당연하지만, 엄마로만 살고 있는 내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느 순간 '엄마'라는 이름이 아닌 '나'라는 이름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나로 살지 못하고 엄마로만 살고 있을까?'. 내가 가진 에너지의 일부는 아이가 아닌 나를 위해 쓰고 싶었다. 나는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 만들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은 새벽 기상이었다. 아이가 어려 낮동안에는 시간을 내기 힘들었고, 잠에는 아이가 수시로 깨서 엄마를 찾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새벽 기상이다. 새벽 5시,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 시간에 나 혼자 일어나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며 자연을 느꼈고, 책을 읽으며 나에 대해 생각했다. 이 시간에 매료되어 또 언제 혼자가 될 수 있을지 궁리했다.


아이를 등원 차량에 태운 직후 나는 뒷산으로 향했다. 더운 날에는 옷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리며 걸었고, 비가 오는 날에는 우비로 비를 가리며 걷고 또 걸었다. 자연과 동물을 벗 삼아 산책을 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하고, 가벼워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라고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아이가 하원하기 2시간 전에는 공공도서관에 갔다. 열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린 학생부터 젊은 청년, 나이가 지긋한 노인까지 책에 코를 박고 집중하고 있다.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저마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의지까지 불타오른다. '소파에 누워 SNS를 보면서 뒹굴뒹굴하지 않고 도서관에 오길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매주 일요일 저녁 7시에는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더 일찍 시간을 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주말에도 일하는 신랑의 퇴근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꿀처럼 달콤한 카페에서의 2~3시간은 나에게 한 주를 살게 하는 힘을 만들어 주었다.






혼자가 되었을 때 하는 일


기를 쓰며 만들어낸 혼자만의 시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 지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는커녕, 그 긴 시간 동안 사람과의 소통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동안 나의 자존감은 무척 낮아졌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아주 낮은 곳에 있었다.


우선 낮아진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했나?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가 주는 행복 말고, 나 혼자서 만들 수 있는 행복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 나에 대해, 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집중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흩여져 휘발되지 않도록 글을 썼다. 생각을 글로 옮기니 그 생각이 더 선명해졌다. 글쓰기를 하니 현실이 보이고, 목표가 명확해졌다. 생각만 할 때는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무의식 속의 생각이 저절로 글이 되어 나타났다.


또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책을 읽었다. 아이를 낳고 그림책과 육아서만 보느라 내 책은 거의 읽지 못했다. 그 갈증을 풀기라도 하듯 열정적으로 책에 밑줄을 긋고, 깨달음을 메모하며 읽었다. 이에 따라 나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어다.


혼자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나는 변했다. 우울하기만 하고, 왜 이러고 사는지 한탄만 하던 내 모습은 사라졌다.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을 갖은 나는 밝은 미래를 꿈꾸는 나로 다시 태어났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람은 누구나 오롯이 혼자가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타인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방전된 에너지를 채우고, 나의 마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일부러라도 꼭 만들어야 한다. 이 시간은 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주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에겐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이 많다. 오롯이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하여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여러분의 혼자 있는 시간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이전 16화 엄마가 운전을 시작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