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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Jan 31. 2023

추도사

나 자신의 추도사를 상상하며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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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장원이를 대학교 친구로 만났습니다. 수업을 여러개 같이 들었고요, 그 이후로 친구로 잘 지냈어요.


평소에 장원이가 가끔 하던 말이, 더 많은 사람이 기술의 효용을 누리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아마 대학원 원서에도 그렇게 썼을 거에요. 달에 사람이 간지가 언젠데, 아직도 할머니가 드라마 찾아보기 어려운 게 말이 되냐고. 그러면서 왠만하면 가지 말라는 조언도 뿌리치고, 관련된 분야를 찾아가며 그 길을 계속 가더라구요. 스타트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팀을 옮기기도 하고, 나중에는 사업 하다가 망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잘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제가 장원이를 친구로서 가까이 지내고 응원했던 이유는, 한 사람이 꿈을 가지고 차곡차곡 실행에 옮기던 모습이었습니다.


장원이는 안그래도 빡시게 살던 친구였는데요, 아시다시피 일을 계속 벌리잖아요. 90여년 전 클럽하우스에서 본인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더니, 더 빡세게 사는거에요. 어느 날에는 무슨 소그룹을 만들었다며 일을 또 벌리더라구요. 좀 쉬면서 다크써클부터 어떻게 해야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이러더라구요. "박사과정 학생 OOO이랑 커피챗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 정말 좋을 것 같더라. 타임박싱해서 시간 많이 안뺏기게 하면 돼." 분명 새해 결심이 '선택과 집중'이었는데, 일주일을 못가더라구요. 나중에 그 소그룹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서로 연결해 주며 잘 지냈던 것 같아요. 장원이 예전부터 좋은 사람 만나면 오래 만나고 사람들 연결시켜주곤 했거든요.


얼마 전에 최근에 장원이를 만났는데요, 지인들이랑 함께 불멍하던 자리였어요. 와인, 김밥, 순대국, 한라산 이런거 차려놓고, 그동안 모아놓은 플레이 리스트 틀어주며, 잘 놀고 있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봤더니, "백년 해로" 이러더라구요. 두번째로 좋은 일이 뭐였냐고 물어봤더니, "나보다 훌륭한 후배들 많이 만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거" 라고 하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사업하면서 고생한 거 후회하지 않냐고 했더니, "별로. 난 재밌었어. 와이프랑 하연이가 고생했지." 그리고, 후배들이 더 잘 하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다고, 본인은 순대국에 한라산 먹을 정도는 되서 만족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날 헤어지고 나서, 문자를 이렇게 보냈어요. 제가 읽어드릴게요. "장원아. 너 자알~ 살았다. 그래. 순대국, 한라산, 불멍이면 끝이지. 그게 최고지. 모교에 재산 기부하고 큰 욕심 없이 사는거 보기 좋다. 다크써클도 이제는 없어졌네." 그리고 며칠 뒤에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드리고 물러나겠습니다. "장원아.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된다고 벌써 떠나고 그래. 예전처럼 새벽에 동해에 가서 회먹고, 배낭여행도 다니고 그래야지. 빡세게 살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했니? 가족 챙기고, 후배들 챙기며 바쁘게 살았으니, 이제는 잠 많이 자고, 사람들이랑 해커톤 더 많이 하고, 다른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하며 지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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