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경영학도에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던 나는 단지 휴가가 많다는 이유로 공군에 지원하였고 가장 힘들다고 소문난 보직인 ‘기체정비병’ 으로 내 군생활을 시작하였다. 담당 전투기는 F-5, 1950년대부터 생산된 오래된 기종이었다.
기체정비는 기술자인 간부를 중심으로 간부1, 병사3 이렇게 한 팀으로 움직인다. 이글루 안에 있는 전투기 F-5를 비행 전에 정비하거나 비행대대에서 나오는 훈련 스케줄에 따라 기체를 세팅해놓는다. 막내였던 나는 소위 초보적인 보조 업무를 맡았었다. ‘깔깔이!’ 이러면 라쳇을, ‘1/2 복스알!’ 이러면 달려가서 헐레벌떡 롱핸드소켓을 가져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공구를 만난 그 순간은 꽤나 험준했던 것 같다. 공구를 잘못 가져갈 때면 간부한테 잔소리, 선임 병사한테는 우리가 알던 그 쪼인트를 당했다.
하지만 나의 군생활은 아주 값지다. 단순히 항공기정비가 아니었다. 전역한 이후로 전투기 정비는 할 일이 없으니 정비기술은 당연히 휘발되기 마련이다. 배운건 ‘습관’이었다. 항공기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유지보수를 해야하거나 수리를 해야하면 쓰임새가 맞지 않더라도 다양한 공구를 활용해 해결했다. 장난감이 고장나거나 집에 전등이 나가면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뚝딱 고쳐냈었던 기술자 출신 아버지의 모습이 이해되기도 했다.
돌고 돌아 공구상이 되고 에세이 <오늘부터 공구로운생활>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진짜 의도는 이것이다. 이 용도에는 이 공구, 저런 상황에는 이렇게.. 등 전문적이고 정확하게 집어낸 정보는 온라인에 아주 많다. 하지만 한정적인 상황에서 어떤 공구를 쓸까? 하며 당장 생각해보고 탐구하는 과정은 온라인에 없다. 온라인에 그렇게나 이 공구를 쓰라고 침 튀기며 알려주지만 정작 그 상황에는 그 공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에세이에 공구 사용 에피소드가 있지만 정보성이 짙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설명서를 보며 똑같이 따라하는 로봇보다는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배경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로운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 인터넷이나 미디어가 없던 시절 기술자 선배님들은 아마 이렇게 사용법을 익혀 나가지 않았을까?
나는 ‘기술적’ 사회를 꿈꾼다.
능숙하게 공구를 사용하여 일상을 유지보수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공구를 탐구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리저리 시도를 하며 상황을 해결하고 이를 통해 더 복잡한 환경을 다시 헤쳐나가는 이 반복 과정만이 공구를 잘 쓰고 기술적 사회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탐구의 반복을 헤쳐온 게 인류 문명이 찬란하게 발전한 비결이 아닐까?
✔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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