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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니정 Feb 03. 2022

동네 철물점이 그래도 그리운 이유

[#4]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그해 우리는’ 이라는 꽤 챙겨 보던 드라마가 끝났다.

고등학생 시절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두 남녀가 헤어진 뒤에 10년 만에 다시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사랑에 다시 빠지는 내용이다. 그곳에서 남자 주인공 아버지의 친구가 동네 철물점을 운영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회색 안전 조끼에 탄 피부, 흰머리 히끗히끗한 아저씨가 넉살 좋게 나오는데 많이 출연하지는 않지만 장면마다 기억에 뚜렷하다.


어렸을 적 동네 철물점은 이런 존재였다.

터 잡은 지 오래된 것 같은 흔적들, 작은 평수에 빼곡히 있는 수공구들 그리고 투박하지만 인심이 묻어있는 사장님. 예전에 아버지 따라서 경첩을 사러 갔다가 못을 만지작거렸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다. 내가 관련 일을 하기 전까지는 철물점은 1년에 한번 갈까 말까 한 곳이나 동네 슈퍼와 함께 아파트 상가의 터줏대감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사계절 내내 문을 가장 일찍 열고 늦게 닫는 곳이었으니까.


사실 철물점은 친숙하지 않으면서도 억지로 찾으면 편의점만큼 많다.

평소에는 쳐다보지 않다가 막상 필요하면 부랴부랴 전화하는 곳이 철물점인데 놀랍게도 주택가에 하나씩 이상은 있다. 일반인에게 철물, 공구란 구급품처럼 강한 필요성이 느껴져야 사는 재화에 속하는 편이다. 나도 밤늦게 전화가 걸려오는 때가 있는데 대부분 물건이 당장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철물점에 관해 보편적 관심이 높아짐을 느낀다.

코로나 이후 재택 근무의 등장, 이케아, 오늘의집 등 홈퍼니싱과 관련된 기업들이 나타나며 우리는 보다 편리한 방법으로 철물, 공구에 가까워졌다. 대형마트의 한 곳에 공구 코너가 점점 넓어지고 온라인 마켓을 통해 모든 걸 구매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속도감 있는 구매 경로를 따라가다가 동네 철물점을 바라보면 다소 아쉽긴 하다. 동네 슈퍼만큼 오래되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이미지가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나는 동네 철물점이 참 좋다.

위기 상황에 철물, 공구로 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시원함, 사장님과 낯익고 정겨운 안부가 더 좋을 때가 있다. 농익은 경험과 지식을 얻으면 재미도 쏠쏠하다. 안심하고 다시 들를 수 있다는 안도감도 생긴다. 물론 철물점이 미국처럼 시장이 커졌으면 한다. 한편 동시에 작은 철물점도 여기저기 있는 모습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반듯하고 친절한 응대보다 사람 간의 따뜻한 대화가 필요할 때 말이다.





✔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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