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철물점TV X 공구로운생활의 월간 콘텐츠
공구상 사장님들 사이에 떠돌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영업소장님께 연락을 드려보니 모두 맞다고 말씀하셨다. 항상 심지 굳던 소장님의 목소리는 힘이 없고 흐릿했다.
이유는 경영악화였다. 외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여 초기 생산시설 투자금과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경영진은 갑작스럽게 폐업을 결정했고 직원들은 일주일 전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착잡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시작하고 처음 만난 제조사가 이 브랜드였기 때문이었다. 집 옆의 아주 작은 상가에서 시작하던 내 시절을 알고 있었고 그 브랜드도 막 시련을 딛고 재기할 때였을 것이었다.
사장님 이런 소식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더 많이 판매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통화가 끝나니 안타까움, 아쉬움, 미안함이 뒤섞인 한숨이 나왔다. 우리나라에 얼마 안 되는 국내 제조업. 그리고 1970년 대부터 만들어온 반세기 전통, 군대에서 정비병을 했거나 공구를 좀 만져본 기술자라면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브랜드가 이렇게 소리 없이 폐업을 하다니.. 지인들에게 이 소식을 전달하는 데에 기사 링크가 없어서 애먹었을 정도였다. 내가 어떻게 도울 방법은 없을까? 내가 어떻게 더 팔아보겠다고 하면 안 될까? 하며 멍하니 30분 동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평소에 조금이라도 더 연락을 드려볼 걸 그랬다.
불황은 없던 적은 없었지만(말로만) 지금은 진짜인듯하다. 환율도 오르고 원자재값도 오르고 모든 가격이 올라간다. 200-300억 투자 받은 스타트업은 갑자기 무너지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있다. 로켓같이 성장하는 기업에게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많은 전문가는 ‘이제 정말 수익성이 좋은 기업만 살아남는다.’며 입을 모은다. 심지어 서로 살겠다며 수익을 뺏는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객이 요새 사업을 잘하고 계신지, 공급처는 판매 잘하고 계신지를 연락드려본다. 힘든 점을 캐치하여 내가 도와줄 부분이 없는지를 고민해 본다. 이번에 갑작스럽게 들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폐업 소식을 들으며 더 그렇게 하기로 했다. 작은 관심을 통하여 ‘우린 함께 살아간다.’는 뜻의 마음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이럴수록 제조사, 공구상, 고객이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각자의 생존이 중요하지만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단가 인상도, 예산 삭감이 따른 에누리도 모두 이해하는 초심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제조사과 공구상은 물건 많이 팔고, 고객은 좋은 공구로 좋은 작업물을 만들고 모두가 웃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나는 공구업계의 가장 큰 매력이 이 공생에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나눠먹기 위해 싸우기보다 함께 위기를 이겨내자는 결심 말이다.
✔ 이 콘텐츠는 울산대표 건축자재백화점 '연암철물'과 제휴하여 제작하는 월간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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