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040 playlist (봄에서 겨울까지)

잔잔의 열네 번째 단어: 여행

by 잔잔 janjan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않았다. 젊을 때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라고, 왜 더 열심히 여행 다니지 않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여행을 떠올리면 막막해서 좀처럼 마음먹기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해? 여행지는? 누구랑 같이 가야 하지?...


어찌 됐건 자의 반 타의 반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얼레벌레 짐을 싸고 나면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아... 가기 싫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리무진 버스 or 고속버스에 몸을 뉘인다. 멀미가 심해서 잠을 푹 못 자기 때문에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바로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국내든, 해외든 내가 사는 반경과 꽤나 멀어지는 행위기 때문에 은근하게 불편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그런 감정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낯선 촉감의 밤공기와 오묘하게 다른 물 맛부터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 건물의 색, 사람들의 걸음걸이... 이 모든 게 다른 그 곳. 매일 듣던 노래도 새로워진다.


이 자리를 빌려 낯선 곳에서 들었던 익숙한 노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계절별로 봄의 뉴욕, 여름의 제주, 가을의 강릉, 겨울의 파리를 꼽았다. 각 여행지별로 스물 다섯 곡, 총 백 곡을 푸짐하게 소개한다. 사실 여행지랑 관련이 엄청난 노래는 아니지만 내가 그곳에 가져간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곡들이기에 오늘은 글 대신 음악으로 기록해본다.



분량 상 오프닝과 엔딩 곡만 소개하려 한다. 다른 곡들이 궁금하다면 하단 링크 플레이리스트를 참고하세요!


1. Spring in New York


오프닝 송은 미드 <Friends>의 OST인 The Rembrandts의 'I'll be there for you'

사실 내게 뉴욕은 프렌즈가 8할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난 프렌즈 과몰입 오타쿠다... 그래서 뉴욕 하면 처음 떠오르는 노래는 제이지, 리아나의 노래보다 프렌즈 OST였다. 듣기만 해도 내적 댄스와 박수 네 번 짝짝짝짝...!

아부왕은 날이 좀 풀릴 때 즈음 호숫가에 앉아서 참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U-RiB24cZQ8fHhTcMe7vC_EgRbPrHi02





2. Summer in Jeju

지금도 여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까데호의 <FREE SUMMER> 앨범! 이 앨범은 이제 내게 여름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내가 참 좋아하는 곡이다. 여름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 몇 명을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다.


매년 한 번 이상 가는 제주도.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을 떠올리며 선곡을 했다. 즐거웠던 물놀이와 밤 산책이 그리운 요즘!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U-RiB24cZQ_nZKVpZmy-P7Q3fUu8s0rE





3. Fall in Gangneung


강릉은 서울에서 가까운만큼 가장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인데, 그래서 참 많은 생각을 두고 온 곳이기도 하다. 동해바다만이 가진 푸른 빛 아래에서 까만 마음을 낱낱히 쏟아낸 시간들.

그래서인지 차분한 노래가 많다. 나 가을.. 탔나 봐..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U-RiB24cZQ9kNomDwXMgEvCY_nLHVmHl




4. Winter in Paris

파리에선 The 1975의 'Paris'를 들어야 합니다! 꼭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어주세요. 겨울에는 따뜻한 노래를 많이 들었다. 한 해의 끝이기도 하고, 괜히 캐롤도 한 번 들어보는 시기니까. 한해 동안 삼켜온 마음을 위로받고 싶기도 하고, 춥기도 하니까.


파리는 겨울에만 가서 항상 아쉬움이 남아있다. 다음 파리는 꼭 따뜻할 때 가보고 싶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U-RiB24cZQ8rETdZI2W0jsnlsV6OuJSi




음악으로 기억되는 장면이 많다. 보관함에 다운로드한 몇 개의 곡을 무한 반복하며 이동하는 것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아무 데나 털썩 주저앉아 괜히 노래를 틀어보기도 했다. 자기 전 침대에선 행여 옆에서 자는 친구가 깨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이어폰 소리조차 작게 줄여 들었다. 여행 내내 나는 음악과 함께 한다.


내가 여행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뭘까? 그때 들었던 노래를 되새기고, 그날의 사진을 보며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며 생각해보았다. 내게 여행은 그 안에 나를 구겨 넣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적응할 때 빛을 발하는구나. 같은 장소를 뱅뱅 돌아도 매번 새로운 풍경은 길치 만이 누리는 특혜 같기도 하고. 내가 매일 입던 옷도 그곳에서 입으면 조금 달라 보인다. 장기 여행에선 끝에 꼬질꼬질해지는 나지만, 그래도 끝까지 편했던 내 모습이 있다. 여행에 퍽 소극적인 나지만, 그것이 주는 특별함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



by. 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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