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103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밥이라도 사준다며 불러주고, 전화 한 통 와서 신세한탄을 들어준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다만 조건이 없을 때만 그렇다. 챙겨준다는 점 자체로 감사하지만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겉으로만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챙기니까 안 챙기면 자신만 야박해 보일 것 같아서 혹은 자신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매개체로 나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나의 힘든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연락이 와서 괜히 생색을 내기도 하며 자신의 일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뭐 전부 다 그렇게 살고 그게 사회생활이라지만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관계를 줄타기하며 사람의 마음을 갖고 노는 게 맞는 건가 싶다. 그리고 힘들 때 챙겨주던 사람들이 내가 잘 됐을 때도 순수하게 축하해줄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밥 한 끼, 위로 한 번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순수한 축하는 진정한 인간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잘됐을 때 "내가 쟤 힘들 때 그렇게 챙겨줬는데 말이야."라고 떠들고 다니거나 "너 내가 그때 어떻게 해줬는데."라는 말을 한다면 필요에 의한 관계일 뿐이다.
챙겨줘도 지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진짜 챙겨주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봐도 순전히 고마운 마음만 솟구친다. 하지만 가식으로 챙겨주는 사람들은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얼른 마음의 빚을 갚고 끝내야 할 것 같은 생각만 든다.
챙겨줘도 지랄해도 된다. 챙겨주는 게 아니었을 수도 있고 위로를 대출해준 것일 수도 있다. 맘 편히 받을 수 있는 위로에는 한없이 감사하되 조건 섞인 호의에는 딱 그만큼만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