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112
대학생 때 떠난 MT에서 각자 팀을 꾸려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두루치기를 했었는데, 묵은지가 들어가서 이건 최고의 안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맛을 본 친구 중 아예 입을 못 대는 친구들도 있었고 쉰 게 아니냐는 평도 있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아버지 식당에서 인기가 많았던 묵은지를 가져와서 가볍게 1등을 할 줄 알았는데 그런 반응을 보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평들 이후로 맛본 사람들은 수저를 내려놓지 못했고 당장 소주를 대령하라는 선배도 있었다.
아무리 자신 있는 것이라도 의외의 혹평을 받을 때도 있고, 예상대로 호평을 받을 때가 있다. 음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획서, 디자인, 운동 등 모든 방면에서 그렇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말만 듣고 살았는데 새로 만난 사람은 왜 이렇게 못 찍냐고 할 때도 있었으니까.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한 시험이나 큰 대회 같은 것들은 각각의 명확한 기준을 정해놓지만, 그게 아닌 것들은 평가자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미적 감각, 사람의 인성, 음식의 맛처럼 사람마다 호불호가 나뉘는 것들에는 평가의 잣대를 세울 수 없다. 그러니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고, 환영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누군가가 좋지 않게 평가했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그런 평가들은 그냥 의견이나 잡담 정도로 들으면 된다.
듣고 싶고 도움이 될만한 말들만 필터링해도 된다. 취향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까지 다 품으려 하면 잘 맞는 사람들의 호평들 마저 혹평으로 바뀔 수도 있고, 잘하는 것이 이도 저도 아니게 변질될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과 취향을 믿자. 함께할 곳과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