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없는 행복을 꿈꾸는 것

by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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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지나면서도 누리고 있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아 조바심을 느낀다. 행복한 순간의 끝이 다가오고 그 벼랑에서 떨어지면 평생 행복을 잃어버릴 것처럼 걱정한다.


사소하게는 어렵게 연차를 쓰고 떠난 여행의 초반에는 엄청난 행복을 느끼다가 여행이 끝나가면서 점점 출근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발걸음은 빨라지고 마음은 불안해진다. 그 행복은 순간의 짧은 행복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만약 평생 여행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기간 내내 여유로운 여행이 됐을 것이다. 연차를 내고 잠깐 떠난 여행도 행복이었겠지만 행복의 유통기한을 정해놓는 것과 정해놓지 않는 것은 큰 차이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을 정해놓는 대부분의 이유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이고, 그곳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 비해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다. 그렇게 자신의 행복을 약수물처럼 찔끔찔끔 주는 곳에서 살면서 잠깐 행복하면 그 행복에 안주한다.


잠깐 틈내서 여행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면 그렇게 살 것이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삶을 살려고 하면 그렇게 살 것이다. 사무실에 앉아 똑같이 일하고 짧은 행복을 느끼는 것,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하며 평생의 행복을 꿈꾸는 것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지게 한다. 이쯤에서 항상 나오는 걱정은 돈이나 결혼 준비 같은 현실들이다. 똑같은 걱정을 하면 똑같이 행복하고 똑같이 불행해진다. 차라리 유통기한 없이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매년 가는데 항상 이런 생각을 한다. '여기서 한 달 정도는 살아봐야지.' 그러면서 그런 인생을 살 계획을 해본다.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며 다음 날 출근해서 할 일들을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어떻게 써먹을지 시뮬레이션할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느낀 행복의 유통기한을 늘린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일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만 하거나 한 달치 연차를 어떻게 모을지, 퇴사를 언제할지만 생각했다면 행복의 유통기한은 거기까지 였을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순간들을 터무니없는 목표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렸을 때는 내가 크면 차 한 대는 있을 줄 알았고 입고 싶은 옷 사면서 해외여행도 꾸준히 다니는 상상을 어렵지 않게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게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점점 틀에 갇혀가기 시작했다. 어릴 때처럼 막연하게라도 다시 그 생각들을 되살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남들이 다 똑같이 느끼는 막막하고 답답한 틀에서 벗어나고 보자. 행복할 순간들을 향해 한 걸음씩 기한을 늘려나가다 보면 제주의 바람과 바다를 맘껏 느끼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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