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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주 Oct 19. 2023

고민만 하다가 보내버린 술자리들

연락하고 싶은 사람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먼 일정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마시고 싶을 때. 가장 좋은 건 당장 마시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편하다 생각했던 사람들도 왠지 연락하기가 꺼려진다. 거절당할까봐 혹은 괜한 신경이 쓰이게 할까봐. 아니면 당연히 약속이 있을텐데 내가 너무 급작스럽게 연락해서 안 좋게 보일까봐.

 생각해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긴 하다. 좋게 연락이 와도 괜히 욕으로 답장을 하거나 특별한 일이 없어도 심심할 때 전화를 거는 친구들이 그렇다.

 술 마시고 싶을 때도 그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만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자기 관리를 하겠다는 친구도 생기고, 결혼 한 친구도 생기고, 직장 생활이 바빠진 친구도 생기기 때문이다.


 술 마시자고 연락할 때가 아니면 여전히 편하게 연락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들로 술 마시자는 말은 조금씩 목젖 아래에서 막히기 시작한다. 그래도 편한 사이기에 정 술 마실 사람이 없을 때 연락을 해보지만 역시나 확률은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면서 술 마실 사람들은 조금씩 사라져간다. 아무리 혼술이 익숙해져도 사람과 교류를 하며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대다수이다. 맛집을 가고 싶어도 혼자 가기 민망한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만나자고 말만 했던 사람, 친하지 않아도 연락 한 번 해볼까 했던 사람도 생각난다. 하지만 결국 그 술자리는 편하지 못한 채, 그리고 원했던 분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핸드폰을 거둔다.

 그러다가 막역하진 않아도 이전 술자리에서 꽤나 호흡이 좋았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성향도 비슷했기에 갑작스레 연락을 해도 거부감보다 친밀감이 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용기 내어 연락해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사실 조금은 이기적인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아무리 친해도 내가 술을 마시고 싶어서 연락한 것이니. 하지만 연락을 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먼저 연락한 게 호의였던 것이다. 상대방도 내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적이 대다수였다.

 서로 같은 생각으로 고민만 하다가 성사되지 않은 술자리만 몇십, 아니 몇백 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연락으로 좋은 술자리를 가진 게 몇 번인지 셀 수 없다. 왜 여태 연락을 안 했는지 후회하기도 전에 그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만족을 맛보게 되었다.

 그 술자리는 여러 번 반복되었고, 그들과의 사이는 더 진해졌다. 초반에는 아직 서로를 신경 쓰느라 버벅거릴 때가 있었지만 차츰 속력을 맞춰가게 되며 함께 뛰게 되었다. 


 지금도 고민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그들의 삶을 정확히 모르고, 내가 그 시간을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 혹은 거절당했을 때의 부담감 때문에. 하지만 이렇게 연락해야 될까라는 사람들 중에 대다수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은 그만큼 좋은 사람일 테니.

 아마도 조만간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술잔과 함께 마음을 맞추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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