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고 살기로 했다.

by 잔주

얼마 전 여행을 떠났다가 좋은 문구를 보았다.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가는 뜬구름 같은 것'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인생 한 번인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생각이다.

어렸을 때는 이런 고민을 깊게 했던 적이 한 번도 없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지식을 얻을수록 고민이 깊어져 갔다.

날이 갈수록 좋은 것만 얻는 게 아니라 사회가 나에게 던진 역할들, 그리고 나를 책임지지도 못할 책임감 같은 무거운 것들을 짊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나에게 너무 버거웠고, 자유로웠던 내 생각들까지 짓눌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정했다.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고 철들지 않고 살기로.


그냥 여행지에서 본 문구 하나만 보고 했던 고민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하고 있는 가여운 나를 보며 든 생각이다.

자유로워지겠다며 여러 번 퇴사를 하고, 그때마다 내가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만 나타나길 기다렸다. 한 달 넘게 일도 못 구하고 놀면서 주위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건데... 내가 아직 철이 안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건 반성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철이 안 들은 것이라고 인정하는 편이 편했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고, 어울리려면 나를 끼워 맞춰야 한다는 고민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나는 원래 남들이 어떻게 하건 눈치를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나이를 먹으면서, 철이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눈치 보는 습관이 생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에 대해 괜한 부끄러움이 생겨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그 눈치와 부끄러움들을 덜어내며 관성처럼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마치 어린 시절까지 돌아간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 글 쓰는 것, 멋진 옷을 찾는 것,

풍경이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 등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 이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 내 시간들을 소모하듯이 사용해왔다. 소위 말하는 '철'이라는 무거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나 자신을 소모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배우는 게 많았고, 내 생각들이 깊어졌다는 쓸데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나를 소모했던 시간들이 무척이나 아까울 뿐이고 또다시 그런 점잖고 철든 생각들로 나를 소모하지 않을 것이다. 무겁게 살아왔던 순간들, 쫓기듯 무언가를 하고 내 사고들을 꼬아놨던 것들에 굴복했던 기억은 마치 악몽 같았을 뿐이다.


끔찍한 가위에 눌리고 나서 깨어나 평소의 아침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되찾았던 것처럼 무거운 철을 떨쳐버리고 원래의 나를 확인하고 그 행복들을 되찾고 싶다.


그래서 나는 무거운 철을 내려놓고 살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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