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다.

by 잔주

대학 시절 공부를 하면서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교수님은 경영에 대해 저렇게 잘 아시는데 왜 사업을 안 하시지? 사업 경력이 있으시거나 기업의 컨설턴트를 하시다가 은퇴하시고 교수를 하는 분들도 계시긴 했지만 내가 배우는 걸 가지고 과연 지금 사업을 해도 통할까 싶을 때가 있었다.


일단 교수님은 교육자이지 사업가가 아니다. 나의 아버지는 외식업에 35년째 종사 중이신데 한때 내가 교수님에게 배운 창업팁을 활용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식당 경영을 잘하겠니?, 한 번도 직접 안 해본 교수님이 잘하시겠니?' 맞는 말이었다. 반대로 교수님은 아버지보다 강의를 잘하시거나 대기업의 컨설팅을 잘하실 수도 있다. 예외로 백종원 같은 분이 교수님으로 계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학위와 큰 프로젝트만 거쳐서 교수라는 자리에 오르신 분들을 생각해보면 아빠의 말이 백 번 맞았다.


흔히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능력을 인정하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교수님과 아버지의 일화를 들었지만, 비슷한 사례는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패션 디자이너 의류의 매출보다 인터넷 보세 쇼핑몰의 매출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예술적 감각이나 패션에 대한 지식은 패션 디자이너가 좋겠지만,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도매시장에서 고르는 능력과 잘 팔릴 수 있게 하는 마케팅 능력이 좋은 건 쇼핑몰 사장일 것이다.


서로 각자의 신념이라던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 다른데, 분야가 똑같다고 해서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상 속에서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조언을 받고자 그 분야의 전문가의 행보를 그대로 걷거나 선배들에게 평가받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지함을 덜어놓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정말 똑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인지, 분야가 같아도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가끔은 '저 사람보다 이건 내가 더 잘할 것 같은데?'라는 건방진 마인드를 가져도 좋다. 교육자, 예술가와 사업가, 장사꾼이 추구하는 가치는 다르다. 명예, 돈, 행복처럼 향하고 있는 목표가 다른 것처럼 기술, 지식, 노하우들도 재각각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어떤 대상의 가치관을 따르지 않으면 그르다고 판단할 필요도 없다.


요즘 주변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선망받는 위치에 올라가려 애쓰는 친구들이 많다.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 일을 정말 잘하게 되면 누군가에게는 선망받게 될 것이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이론이 부족해도 충분히 성공한 사람들은 많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길을 자신의 방법으로 걸었거나 다른 사람들의 가르침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들만 추렸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른만큼 경험도 다르다. 누군가 20년만에 이룬 것을 2년만에 이룰 수도 있다.


학창 시절 친구와 게임을 하다가 꼼시쓴다고 싫은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꼼시라는 건 좋게 말하면 게임을 하다 터득한 자신만의 기술로 빠르고 쉽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다. 정석적인 이론에 따르거나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의 말을 힘들게 따라가지 말자.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게임을 이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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