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스트릿 패션이건 워크웨어건 보세, 스파 브랜드 가리지 않고 이쁘면 사 입는다. 그런데 옷차림 하나로 나의 가치관이 판단되어 버린 경험이 있다. 통 넓은 바지에 프린팅이 들어간 티셔츠, 캡 모자를 착용하고 외출했을 때였다. '이제 너도 대학 졸업하고 사회인인데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의 패션을 지적하거나 강요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친구는 옷에 관심도 없는 친구였고 지금은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에게 지적을 당한 것이다. 나와 다른 생활을 하는 친구에게 나는 아직도 내가 어리다고 생각하고,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자면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옷의 격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경조사, 면접, 고객과의 미팅같이 나 혼자 만이 아니라 모두의 격식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내 가치관이 강요당하는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내 인생에, 내 생활에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 때문에 바뀌어야 하는 것이라면 가볍게 무시해주고 싶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티셔츠보다는 와이셔츠에 가까워져야 하고, 스트릿 브랜드보다는 명품 브랜드에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정장이 안 어울려서 정장을 꺼려하고, 명품 브랜드는 잘 알지도 못하고 여력도 되지 않아 꺼리는 편이다. 티셔츠나 맨투맨은 똑같은 옷도 바지에 따라 다양하게 매칭 할 수도 있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어 좋아하며 스트릿 브랜드나 워크웨어 브랜드의 옷은 관심도 많고 부담이 크지 않아서 좋아한다.
음식도 어른이라서 매콤한 걸 좋아하고 나이가 어려서 달콤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 매콤한 떡볶이를 즐겨 먹었고, 직장을 다니면서 달콤한 케이크를 즐겨 먹는다. 그냥 매운 걸 좋아하거나 단 걸 좋아해서 먹을 뿐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혹은 어리다고 해서 먹는 게 정해지지 않듯 옷 또한 마찬가지다. 취향은 누구에게도 강요받을 수 없다.
고정관념에 의한 강요는 내 주관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더 속박되어버리는 길일뿐이다. 웃긴 건 나의 옷차림에 대해 지적했던 친구도 결국 쇼핑할 때는 나에게 조언을 구하곤 한다. 더 웃긴 건 옷을 추천해주면 '그건 좀 내 나이에 안 맞지 않아?'라는 답변이 되돌아오곤 한다. 그럴 땐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나이가 옷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옷은 나이에 잘 맞는 것보다 자신에게 잘 맞는 걸 찾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