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한 건데 서운하다고 한다.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65

by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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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손님이 많아 알바생이 힘들어 보여서 내가 직접 반찬을 가져다 먹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가져오고 나서 카운터 쪽을 보니 사장님이 알바생에게 왜 손님이 왔다 갔다 하게 하냐며 혼내는 걸 봤다. 나는 바쁠 땐 직접 가져다 먹는 게 배려였고, 사장님은 어느 때건 손님이 직접 오가지 않게 하는 게 배려였다.


누구 하나 잘못한 사람 없었지만 애꿎은 알바생만 혼났다. 비슷하게 배려가 잘못으로 생각될 때가 있다. 나를 잘 챙겨주던 선배에게 편하게 연락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근데 나는 과한 배려를 했다. 상대방이 바쁘니까 편할 때 연락하겠지라며 상대방이 괜찮아질 때까지 연락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배려에 집중하다 보면 놓치는 게 있었는데 그걸 알지 못했다. 연락하면 방해가 될 거란 생각에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고, 결국 서운함이나 답답함이 돌아오곤 했다.


이렇듯 과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생각해보면 친한 친구들에게는 아무런 배려도 없고 오히려 싸가지없게 대해도 싸운 적 한 번 없고 오히려 더 웃으며 지내고 있다. 비속어에도 친화라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듯, 막 대하는 게 오히려 친밀감을 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몸에 배어있는 배려를 억지로 버릴 수 없고, 그 좋은 습관을 버리는 것도 아깝다. 다만 과한 배려를 하는 순간, 이렇게 고민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행동을 하면 좋을까?', '이걸 해? 말아?' 이때는 친한 친구들에게 철없이 대하던 것을 생각해보자.


어차피 편하게 대한다고 해도, 바쁜 식당에서 주문하고 직원에게 '감사합니다.' 한마디 하면 그만이고, 선배가 바빠 보여도 연락하고 나면 나쁜 소리 하나 안 들을 것이다. 과한 배려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조금 내려놓아도 모두가 배려가 많은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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