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86
친하고 깊은 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건 없이 퍼주고 싶다. 물질적인 것은 물론이고 시간과 마음까지 줘버린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소중한 순간에는 내가 없을 때가 있다. 서운해도 뭐 잠깐 잊었겠지, 정신없었겠지라고 위안 삼곤 한다.
자신은 그렇게 퍼주고도 상대방이 자신을 잊었을 때에는 또다시 관용마저 퍼주는 것이다. 그들은 잠깐 잊어서도 아니고 정신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저 우선순위에 나를 올려놓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만 행복하면 그 순간 함께한 사람들이 우선순위고, 돈이 필요하면 돈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우선순위고, 수상쩍은 일을 할 때면 비밀을 잘 지키는 사람이 우선순위다. 세상에는 따뜻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썩어있어서 우선순위는 자신의 필요에 맞게 변한다.
언젠가 진심은 통할 거라는 올곧은 생각은 결국 실망만 가져다준다. 정말 나를 생각하는 사람은 힘들 때면 술 한 잔 사준다며 연락이 오고, 행복한 순간에 함께 하자며 찾아온다.
나를 챙겨주는 사람들에게만 퍼줘도 넘친다. 인간관계 올림픽에 나간 것처럼 순위권에 들려고 지옥훈련을 자처하지 않아도 된다. 잠깐 반짝하고 1등을 한 것 같아도 이기적인 편파 파정에 곧 뒤로 밀려날 것이다. 차라리 자신도 그 사람에게 얻어낼 것이 있다면 잠깐 약물 복용한 샘치고 치고 빠지는 게 낫다. 나중에 도핑에 걸려도 어차피 우선순위에 없기 때문에 신경조차 안 쓴다.
우선순위에 없으면 그 사람의 SNS질보다도 못하고, 화장실 갈 시간보다 못한 사람이 된다. 언제나 우선순위일 수는 없을 거라는 아량은 지워버리자. 필요할 때만 연락선상에 올라올 뿐이다. 적어도 내 우선순위엔 남이 아니라 나를 올려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