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87
재작년 어느 회사의 면접을 볼 때 자신의 우선순위는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돈이라고 했다. 돈 벌려고 일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고 입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고 나서 면접관들의 묘한 표정 변화를 감지한 뒤 속물처럼 보이지 않으려 얼토당토않은 해설을 주절거렸었다.
지금도 그 마음엔 변화가 없다. 오히려 지금은 더 확실하게 해설을 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해졌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수입이 없다면 할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그리 내키지 않는다. 그럴 바엔 그냥 나 혼자 즐기면서 하는 게 백배 나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자기 성장, 사회 공헌, 보람 등 면접에서 말할 수 있는 답변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들은 꼭 일이 아니어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반대로 일이 아닌 곳에서는 수입을 얻을 수 없다.
운이 좋아서 수입이 들어올 수도 있다. 취미로 찍던 사진이 팔려서 돈을 벌거나,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다가 구독자가 늘어 수입이 생기는 경우가 그렇다. 그때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신경 쓰며 취미 생활을 한다면 그것 또한 돈을 벌기 위한 일이 된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말이 딱 들으면 속물 같아 보이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공고를 내는 회사도 페이가 많다는 걸 내세우고 복지가 좋다는 걸 자랑하면서 돈 벌려고 지원했다는 사람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오히려 요즘 같은 세상에 돈을 조금 준다고 하면 욕도 먹고 지원자도 없다.
보람이나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회사 말고도 선택지가 많다. 돈을 벌려고 회사에 들어간 사람은 회사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레 만남이나 성장 같은 것들도 이뤄진다. 그러니 돈에 대한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차라리 그게 솔직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