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철은 무거우니 들지 말자_#88

by 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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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규모가 조금 있는 박람회 부스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양복을 멋지게 빼입은 사람들이 모여 서로 악수를 하며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딱 봐도 어떤 단체에서 지위가 있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었다.


신경 쓰지 않고 같이 참가한 친구와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사람들이 우리 부스로 찾아왔다. 자기가 어디 본부장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기에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 인사를 나누고 다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다시 사람들이 찾아왔다. 우리가 가져온 상품에 대해 물어보며 조금씩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뭐 이런저런 의견을 듣는 건 나쁘지 않은데, 평가를 하며 온갖 아는 척을 하는 순간 정이 떨어졌다. 그 무리 사이에서는 본부장이니 뭐니인 건 알겠는데 전혀 모르는 사이인 우리에게도 그 지위를 내세웠다.


어떤 무리가 있고 그 안에서 지위를 얻게 되면 어깨뽕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 무리 안에서야 경력도 있고 전문성도 있으니 그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박람회에 참가한 것 밖에는 공통분모가 없는 부스들을 돌아다니며 깁스를 한 듯 목을 빳빳이 세우고 다녔다.


미디어에서도 흔히 '내가 어디 어디 누군데~'라며 으시대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 사이에서는 좀 대단한 사람일지 몰라도 그 밖에서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엮이면 뭐라도 얻을까 잘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그들끼리만 잔치를 벌인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상위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잘 나간다고 아예 종목이 다른 NBA에서도 잘 나가는 건 아니다. 그들끼리의 영향력을 나에게까지 끼치려 할 때 철벽을 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괜히 쫄지도 말고 퍼주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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