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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장훈 Dec 15. 2023

여자친구 아버지께서 보내주신 신문기사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3화

나의 아내가 되어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그녀가 여자친구였던 시절은 꽤나 길었다. 8년을 연애하고 결혼했으니 지속가능한 연애에 관해서는 명함 정도 내밀만 하다. 연애기간이 길었던 만큼 양가 부모님과의 인연도 길다. 연애 시작하고 2년이 지나기 전에 양가 부모님과의 만남을 가졌으니 우리가 대학생 시절 때부터 지내온 모습을 쭉 봐온 셈이다.  


교양이 충만하신 장모님께서는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훈이 씨'라고 부르셨다. 교사가 된 이후로는 '배 선생'이라 칭하셨고 결혼 후 '배 서방'이 되었다. 결혼 후 그동안 호칭 때문에 불편하셨다고 수줍게 고백하시기도 했다.  


장인어른께서는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훈이야'라고 부르셨다. 교사가 된 이후로도 '훈이야'라고 칭하셨고 결혼 후에도 '훈이야'이다. 결혼 직후 앞으로도 계속 '훈이야'라고 부르시겠다고 선언하셨다. 싫지 않다. 나를 사위가 아니라 아들로 여긴다는 그 말씀이 진짜인 거 같다.


내가 그저 딸의 남자친구였던 시절부터 장인어른께서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참 많으셨다. 질문도 많이 하셨다. '훈이야'라고 부르시는 호칭이 변하지 않듯 장인어른께서는 여전히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도 많고 질문도 많으시다.




여자친구네 별장에서 여자친구 아버지와의 첫 만남을 가진 후 여자친구는 본인의 아빠가 나에게 말씀을 많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보다 더 안도했다. 사실 나에게는 여자친구 아버지의 조언 하나하나가 빛이었다. 당시 나는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던 때였고, 이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 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으며 나에게도 부자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했다. 인생 수업에 대한 갈급함이 간절히 시냇물을 찾는 목마른 사슴 같았다.


반면, 여자친구는 본인이 감당할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출렁이는 인생 수업의 강물에서 물을 먹을 때로 먹고 헤어 나오고자 발버둥 치는 사슴이었다. 혹여, 내가 그 인생 수업의 강물에 휩쓸려 나가떨어질까 걱정했던 여자친구는 나와 아버지가 만날 때면 늘 마음 졸였다.


"오빠... 아빠가 이 신문기사를 전해주라는데... 우리 아빠 진짜 부담되지?"


인터넷 기사를 출력한 것이다.


기사 제목은 '부자와 빈자는 5가지 차이가 난다.'


제목을 보니 부담, 당혹, 걱정이었다.


나는 과외하며 생활비를 벌던 가난한 대학생이었고, 여자친구는 부족함 없이 부모님께 용돈 받는 부잣집 딸이었다. 우리 집은 빈자였고 여자친구네는 부자였다. 


기사는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집 딸이 문화적 차이로 이별하는 단편 소설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서두를 읽고 '본인의 딸과 헤어지라는 건가?'라는 자격지심이 스쳤다.


기사는 부자와 빈자의 차이는 단순히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사고와 삶의 방식의 차이라 주장하며 부자와 빈자의 5가지 차이점을 나열한다.


1. 부자는 성공에, 빈자는 오락에 초점을 맞춘다.

2. 부자는 신문을 읽고 빈자는 TV를 본다.

3. 부자는 조용하고 빈자는 시끄럽다.

4. 부자는 깨끗하고 빈자는 지저분하다.

5. 부자는 투자하고 빈자는 소비한다.


(기사원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2545535?sid=101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문득 딸의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출력한 후 오랜만에 집에 온 딸에게 남자친구한테 전해주라고 하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사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어떤 사람이든 만나서 30분만 얘기해 보면 그가 부자인지 아닌지, 지금 부자가 아니라고 해도 앞으로 부자가 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매우 높은 확률로 맞출 수 있다. 당신은 앞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위 말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부자가 아니어도 앞으로 부자가 될만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전해주셨다고 혼자 단정 지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만남과 가르침 속에서 내가 한 단정이 옳았음을 차차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기사에서 열거한 부자와 빈자의 5가지 차이는 모두 사실일까?


부자는 정말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신문을 읽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투자할까?


내가 가까이서 본 부자는 장인어른뿐이니 그분의 삶에 한정 지어 이야기해 본다면 그분은 정말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신문을 읽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투자한다.


다만, 부사가 좀 빠졌다. 동사와 형용사 앞에 지독하게, 집요하게, 치열하게, 살벌하게, 맹렬하게 등등의 부사를 붙여줘야 부자를 제대로 묘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여자친구 아버지께 본격적으로 인생 수업을 수강하게 된 건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된 이후였다. 여자친구 아버지와 단둘이 여자친구네 집에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여자친구를 덮쳤던 강물이 나에게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우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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