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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드리는 삶의 예배

(기고문) 초등교사가 크리스천 선생님들께

by 화원

춥기도 하고 바쁘기도 했던 학년 초, 잘 보내셨나요? 4월에 학부모 상담도 있었다면 더 힘드셨을 거예요. 수업 이후 4~8분 정도 학부모님을 만나다 보면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날은 ‘내가 숨은 쉬고 있는 건가?’ 생각도 들고, 그래서 ‘휴~!’ 이렇게 일부러 숨을 쉬어봅니다.
저는 친척이 거의 없어서 학창 시절 아는 직업이라고는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 한 분의 따스함으로 인해 제 꿈이 시작되었고, 그 꿈은 절대로 꺾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이 된 것을 너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학교와 교사를 향해 갈수록 높은 도덕적, 교육적 수준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이 애쓰시다가 악성 민원으로 인해 병을 얻어 병가를 쓰거나 휴직을 하거나 갑자기 명예퇴직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저와 동갑인 선생님 한분이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소식을 늦게 알고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선생님, 퇴직까지 10년은 남았는데 왜 그만두시는 거예요? 작년에 힘든 일도 없었잖아요?”
그 선생님은 “지금 좋을 때 그만두고 싶어요. 무슨 일이 생겨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답했습니다. 너무 좋은 분인데 이 결정을 하신 게 매우 아쉬웠습니다. 분명히 지금의 학교는 10년, 20년 전보다 교사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기대에 여러분도 많이 지쳐 있으시죠?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 듯한 ‘스승의 날’이 오히려 불편하지 않으세요? 세상을 보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지쳐 있던 지난 3월 30일 큐티 시간을 가지면서 아래의 성경 말씀을 읽었습니다.
“모세가 성막 세우기를 마쳤을 때 성막에 기름을 붓고 성막과 그 모든 물품들과 제단과 그 모든 물품들을 거룩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그가 그것들에 기름을 붓고 거룩하게 했습니다”(민 7:1).
그때 저는 출퇴근하면서 줄곧 교실을 정리하고 꾸밀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했었습니다. ‘교실 뒤쪽에 애들이 편하게 쓸 여분의 이면지를 두고, 거울 위쪽에는 ‘사랑해’ 글자를 붙여야지. 그리고 몇 년은 된 것 같은 창문의 글라스데코는 깨끗이 떼어버리고, 또….’ 연일 휴대전화 달력에 할 일들을 빼곡히 적고는 하나하나 지워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이 말씀을 읽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교실에서 하는 일들은 성막을 세우고, 성물들에 기름을 붓는 일이야.’
그동안 성경을 몇 번 읽었지만, 이 구절이 이렇게 삶 속으로 쑤~욱 들어온 건 처음이었습니다. 복도 쪽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을 걷어버리고, 신문지를 구겨 유리 창문을 깨끗이 닦아서 교실 안이 환히 보이도록 했습니다. 뻑뻑해서 아이들이 열기 힘들어하는 교실 앞문과 뒷문은 시설 기사님께 부탁해서 롤러를 바꿔 ‘드르륵’ 소리가 나며 잘 열리도록 했습니다. 색깔이 바래 빨강에서 핑크가 된 태극기 액자도 새 걸로 바꿨고, 컴퓨터 모니터가 저와 아이들의 시선을 가리지 않도록 ㄷ대 중 한 대는 치우고 나머지는 자리를 옮겼습니다. 또 대걸레에 물을 적시고 꼭 짜서 살균제를 섞어 교실 바닥을 닦고, 화원에 가서 노란색, 분홍색 꽃 화분을 사서 교실 창가에 두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 반짝반짝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저는 아침마다 학생들에게 옛날이야기 하나씩 들려주고, 쉬는 시간을 쪼개 학생들과 상담을 합니다. 수술을 앞둔 학부모님이나 불화가 있는 가정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일기 쓰기를 지도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격려의 말을 남깁니다. 점심 식사 전에는 한 명, 한 명 손등에 로션을 발라주며 매일 한 번 눈 맞춤과 대화를 합니다.
23명 아이의 담임이 된다는 것은 국어, 수학 같은 공부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외의 것들에서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합니다. 협동과 배려, 언어 습관, 관계 문제 해결 등…. 그래서 저는 거의 매일 하나님이 지혜와 사랑을 부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교회 예배 담당 목사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삶이 예배가 되고, 예배가 삶이 되도록’입니다. 이 땅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산다는 것은 가끔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나의 방패 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나에게 맡겨주신 이 교실에서 나의 예배, 나의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우리 함께 교실에서 삶으로 예배드려요!


선생님 TIP!

1. 저는 부부 교사라서 ‘스승의 날’에 둘만의 기념을 합니다. 맛있는 외식을 하며 둘만의 교육 공감을 하곤 하지요. 여러분도 마음이 잘 맞는 선생님과 ‘스승의 날’ 즐겁게 지내보세요.

2. 같은 학교에서 마음을 나눌 동료 선생님을 꼭 찾으세요. 그래야 공감도 받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


/ 최민혜 교사(부천온누리교회, 석천초등학교, <야누시 코르차크 아이들을 편한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로 이끌기를> 저자)


출처: 온누리신문(2025/05/04, http://news.onnuri.or.kr/board/board_view.php?BoardID=12&BoardSeqNo=18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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