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T, 하이러닝, 5시간 컴퓨터 앞에서
오늘은 월요일인 데다가 오전, 오후 하루 종일 AI 연수라는 소식에 발걸음 무겁게 학교에 갔다. 장소는 컴퓨터실, 선생님들은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다렸다. 난 배우기 좋아하는 학생이라 조금 일찍 가서 강사의 PPT 자료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학습력이라는 단어가 있다면 난 학생 때 그게 좀 좋았던 것 같다. 항상 그 수업에서 잘 보고,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잡고 초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별다른 추가 복습 없이도 적당히 잘 알고 시험도 볼 수 있다. 학생 때 나는 학교에 가서는 친구랑 노는 게 제일 좋았다. 그래서 숙제는 항상 집에서 모두 다 해가고, 수업 마치고는 친구들과 잘 놀기 위해서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뭔가를 모르는 건 싫어하는 편이라 최소한 수업 시간에는 집중하는 걸로 타협을 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컴퓨터실은 동향이라 그런가, 교실보다 더 추워서 교실에 가서 무릎담요를 가져왔다. 그러다가 한 선생님이 히터를 조금 만지고 풍량을 늘려서 좀 따뜻해졌다. 그런데 오늘 하필이면 동파 위험으로 층마다 있는 정수기를 중단하여 커피포트에 물을 끓일 수가 없었다. 저 멀리 다른 층 교무실에 가서 물을 떠 와야 했다. 이 무슨 조선 시대에 우물에 물 길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시대에 안 맞는 추위와 식수 걱정에 한숨이 나온다. 학교는 언제쯤 좀 일반회사 같은 물리적 환경을 가지게 되는 걸까…. 거기까지 물을 받으러 가느니 안 마시겠다 하고 1시간 연수를 들었더니 목이 말랐다. 그나마 연수 듣는다고 나온 과일 음료수가 있어서 버텼다.
올해 초등학교 3, 4학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AIDT)를 사용하기에 3, 4학년 담임선생님 14명이 연수를 받았다. 9:30~12:00에는 AIDT 연수, 그리고 식사 후 13:00~15:30에는 하이러닝(하이러닝: 경기도교육청이 2023년부터 운영하는 AI 기반의 맞춤형 진단과 콘텐츠 추천 및 학습 등 에듀테크 기반의 미래교육을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 연수를 받았다. 아직은 AIDT가 선택이라 우리 학교는 선택하지 않았지만, 점차 받아들여야 할 흐름이기에 연수를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뉴스에, 공문에 AI와 AI 연수가 많이 보이더니, 결국엔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들어왔다.
일단 오늘 연수는 <교사가 만들어가는 경기미래교육 연수>라는 큰 타이틀 아래, 이하의 다섯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연계성 이해하기
2. AI 디지털 교과서‧하이러닝 이해하기
3. (실습)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학생 참여형 수업 및 과정중심 평가
4. (실습) 하이러닝 활용 학생 참여형 수업 및 과정중심 평가
5. (설계) 디지털‧AI 활용 수업 설계
그래서 오전에는 현 교육과정에 AIDT, 하이러닝이 도움이 되는 사례를 보며 이해하고 컴퓨터를 이용해서 현재 개발된 12종의 영어, 수학 AIDT를 실제 체험해 보았다. 선생님들이 버튼이 많고 눈에 익지 않다고 하자 어떤 선생님은 “애들 이거 집에서 다 하고 있는 거예요. 애들은 좋아할 거예요.”라고 했다. 오늘 본 건 YBM 출판사와 천재교육에서 개발한 것들이었는데 아이들이 푸는 것을 교사가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점수도 볼 수 있었다. 학습하는 화면 전체의 언어를 다양한 외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여러 언어로 바로 바꾸는 버튼도 있었다. 교사용 AIDT와 학생용 AIDT를 동시에 열어서 비교하면서 보았다. 오늘은 수학교과서를 주로 봤는데, 아이들이 문제 푼 것은 즉각 채점되고, 평가되어 교사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학생이 다른 화면을 보고 있다거나 집중하지 않는 것도 바로 교사가 파악할 수 있다. 이제 학생들은 선생님 몰래 딴짓하기, 그 재미를 빼앗기는 것이다^^.
눈도 뻑뻑해지고 강사분의 계속되는 설명에 지쳤을 즈음, 다행히 도시락 배달이 왔다. 그래서 동학년 교사들끼리 회의실에 가서 도시락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본교 한 선생님의 아이가 우리 학년 4반이더라 하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럴수록 더 그 학부모인 선생님은 담임선생님을 어려워하여, 거의 만나지 않는다는 그런 얘기다. 선생님들은 가끔 자녀를 같은 학교에 데리고 다니는데, 특히 1, 2학년 어릴 때 그렇다. 너무 많은 학원으로 보내기엔 오후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식사 후 다시 컴퓨터실에 와서, 오후 연수를 듣는다. 나는 작년에 연구년으로 학교를 떠나 있어서 잘 몰랐지만, 경기도에서는 작년부터 하이러닝을 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한다. 오늘 설명 들으면서 실습을 해보니, 프로그램을 짜듯이, 수업의 흐름에 맞게 다양한 자료를 굴비 엮듯? 한 흐름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모둠학습을 실시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온라인 화이트보드에 쓴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교육과 기술의 합성어인 에듀테크라 부르는 교육이 유행이다. 교수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현장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하이러닝도 그 흐름에 맞게, 교사가 수업을 설계하는 데 다양한 자료들-동영상, 유튜브, 그림파일, 모둠활동, 화이트보드 등-을 수업 흐름에 맞게 구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교사가 자유롭게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일단은 뭔가를 강제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 보인다. 그래서 각종 온라인 자료들을 잘 사용하는 선생님을 중심으로는 작년부터 많이 이용하셨던 것 같다. 나는 아직 낯설지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만들던 각종 자료들을 하나로 꿴다는 것? 그렇게 느껴졌다. 이것 덕분인지 경기도 교육감님은 하버드대에 강의를 하러 가신다니, 꽤나 놀라울 만한 업적이 된 것 같다. EBS의 자료나 내가 만든 PPT 자료 등 여러 자료를 자유롭게 모아서 쓸 수 있겠다.
오늘 오전, 오후 총 5시간의 연수를 마쳤다. 다소 낯설었던 AIDT와 하이러닝을 이해하고 맛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미 3~6학년 각 교실에는 학생수만큼의 패드가 있다. 여건이 모두 충족되어서 배운 걸 사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할 수 있게 됐다. 어느새 그런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학년에 한 학급 이용치 만 있었는데 이젠 개별로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모든 교육의 흐름이 폭풍 같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차게 몰려왔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그런 교육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허전함만 남긴다. 나도 작년에 월회비 39000원을 내고 Chat GPT를 이용해 보았기에 AI가 주는 많은 유익함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파도와 같은 흐름이 전인교육마저도 흔들지는 않기를, 아이들이 편향되지 않고 편중되지 않고 고르게 자라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잔잔한 물결이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도에서 요즘 연수 기획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내일부터 3일간 갈 강의 모두 이 시대 최고의 강사들을 볼 수 있는 연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도 1시간 반 운전해서 수원에 가서 오전엔 김경일 교수님, 오후엔 김난도 교수님 강의를 들을 계획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 나를 포함해서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흥미 있는 주제와 좋은 강사분만 선정해 두면 멀리서도 몰려온다.
연수가 마치고 교실에 돌아와서 교실 팻말 밑에 (4-다) 반이라고 붙였다. 그리고 퇴근길에 교직원용 화장실에 갔다. 변기가 막혔다. 아 학교는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