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 도대체 왜 싸우는 거야?

흔한 아이들 간의 다툼

by 화원

"선생님~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가 어지간하면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 걸로 아는데, 오래전부터 한 친구 때문에 좀 힘든가 봐요 1학기부터 이 얘기를 몇 차례 들어왔던 터라 좀 염려가 돼서요 (** 말로는, 00라는 친구가 자기 얼굴에 바짝 대고 쳐다봐서 싫은 내색을 했는데도 더 심하게 하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한다네요) 저는 ** 한쪽입장만 들었으니, 선생님께서 바쁘시겠지만 둘 다 부르셔서 확인 및 적절한 조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8:40 출근시간부터 가정과 연락하는 앱으로 문자가 왔다. 이 연락은 그래도 참 어른스럽고, 공손하고, 예의를 갖춘 연락이다. 우리 반에서 가장 그렇게 연락하시는 분이시다. 보통은 통보만 하거나 질문만 하는 연락도 많다. 질문에 답을 하면 이후 '알겠습니다'라거나 '감사합니다' 같은 맺는말이 없다. 하지만 휴, 출근 전부터 힘이 빠진다. 그리고는 교실에 와서 답장을 적는다.


"안녕하세요? 00가 친구 얼굴에 바짝 대고 쳐다보거나 말하는 건 이미 여러 아이들이 불편해하는 습관이라 계속 지도하고 있습니다. **와도 다시 얘기하고 지도할게요~."


이미 3월부터, 거의 날마다 지도하고 있다. 번번이 "미안해. 다음엔 안 그럴게."라며 사과하지만 계속되는 행동의 반복에 아이들도 나도 이제 지쳐가고 있다.


'이 아이의 이런 습관은 도대체 고쳐질 수 있는 게 맞나?'

친구 얼굴 한 뼘만큼이나 가까이 가서 말해서 아이들은 침이 튄다고, 입냄새가 난다고, 표정이 이상하다고 난리를 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정말 올해 100번은 말했을 텐데 왜 고쳐지지 않을까, 이 아이 얼굴을 보면 다시는 안 할 것처럼 다짐은 잘하는데, 왜 계속되는 걸까?' 보는 건 여러 아이들이 불편해하는 습관이라 계속 지도하고 있습니다. 재류와도 다시 얘기하고 지도할게요~

아이의 어떤 것은 정말 바뀌지 않는다. 바뀔 수 있다고 믿기에 교육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정말 하다하다하다 지쳐서 낙심이 되기도 한다. '이건 교육의 영역일까 치료의 영역일까?' 생각이 들곤 한다.


어쨌든 민원이 들어왔으니 두 아이를 불러다가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제 수업을 다 마칠 즈음 00 이가 ** 가까이 가는 걸 내 자리에서 얼핏 보기는 했었다. 거기서 더 이어진 것 같다. 00 이가 사과하며 마무리는 되었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 번은 여자아이들 3명이 계속 '오팬무(오늘 팬티 무슨 색?)'라고 계속 물으며 놀자 남자아이들도 따라 말했다. 그때 뜻을 모르던 한 아이는 설명을 듣고 그제야 알게 되었고, 다음에 다른 아이가 묻자 답하기 싫어서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대답 안 하면 30일 안 빤 시크릿 주주 팬티"라며 놀렸다. 그리고 한 명은 그 아이 가방을 빼앗았다가 돌려주고, 다른 한 명은 그 아이의 필통을 빼앗았다. 결국 이 아이는 참다못해 주먹으로 그 아이들 세 명의 얼굴과 몸을 때렸다. 아이들끼리만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쉬는 시간이었고, 교실 앞에 내가 있었다. 아이들은 교실 뒤에서 꼼지락 거리는 것으로 보였고 세 명이 복도로 도망치자 이 아이가 따라나갔는데 눈에 정말 살기가 느껴졌다.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복도로 나가는 아이의 눈을 또렷이 기억한다. 불러들여 얘기하니, 이 아이가 전부터 참았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놀리고 화내고 때리고, 아주 전형적인 다툼이었다.


이런 일들은 누가 그랬는지 명확하지만 정말 누군지 알 수 없이 장난치는 일도 있다. 사물함 위에 찰흙으로 만든 첨성대를 전시해 뒀는데 그 안에 몰래 쓰레기를 넣는다거나, 친구 만들기를 망가뜨린다거나, 친구 필통에 귤을 넣어둔다거나, 신발주머니를 다른 데 둔다거나 이런 일들은 1학기에만 7건이었다. 결국은 장난친 아이를 찾지 못하고 찜찜한 채로 또 이 교실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무언가 모호한 걸 참지 못하는 내 성격상 이런 일은 나의 심기를 상당히 건드린다. 교실에서 성악설이 떠오르는 순간이 너무 많다. 저렇게 해맑은 표정을 하고는 이런 걸 장난이라고 치다니.


나는 아이들이 싸우면서 큰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지만, 요즘의 학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의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생기면 조금도 참지 않는다. 온 정성을 다해 지도하는데도 교장실로 전화한다는 학부모가 가끔 있다. 난 가끔 생각한다. '교사는 전문직인 건가, 서비스직인 건가?' 친절을 당연히 기대하고 수시로 민원성 연락을 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청과 교육부는 내 직장의 의미, 내 업무의 의미를 분명히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요즘 아이들의 다툼은 예전처럼 "돼지야" 놀려서, 툭 때려서가 아니다. 무언가 교묘하고, 비열하고, 따돌림도 있고, 이상 성격적인 면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직접 나에게 알려오는 게 아니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해서, 부모님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분명히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초등학교는 학부모와 상담이 많고 그래서 학생 23명을 가르치지만 40명 이상을 가르치는 듯 고되다. 가르치는 일이 기쁘고 그래서 이 자리에 있지만, 교육은 기다림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오늘은 많이 지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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