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펫로스

펫로스를 받아들이기 힘들때.

by Lucia

아직도 솜이가 사고를 당하던 순간만 떠올리면

머리속이 하얗게, 아득해진다.

사고현장 근처만 가도 속이 울렁거려 일부러 빙 돌아가던지, 꼭 지나쳐야 하면 눈을 꽉 감아버린다.


솜이가 떠난 후 잠도 못자고 먹기도 힘들고 숨도

잘 안쉬어지고 수시로 눈물만 났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어떻게 이 고통을

이겨내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미친듯이 검색하

기도 했다.

일을 해야하는데, 바닥없이 떨어져가는 무기력에

정신줄이 희미해져 가는걸 느끼면서,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서 최면상담 하는곳을 찾았다.


나도 왜 그때 최면상담을 찾았는지 이유를 모르겠

다. 그냥 막 찾았다.

후기가 괜찮고 왠지 마음이 가는 곳을 찾아 연락

을 했고, 원장님의 친절함에 이끌려 상담을 받게

되었다. 당장 숨이 막혀 죽을거 같아서 빨리 해

달라고 사정하여 솜이가 떠난후 닷새만에 상담을

하게 되었다.


최면상태로 들어가 대성통곡을 한참 하고나니

그래도 좀 숨이 쉬어졌다.

사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므로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하였다. 의식보다 훨씬 깊은 무의식을 잘

읽어내는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솜이 사고 며칠 전, 인터넷에서 꽃을 구매했다.

화원과 직거래로 시중보다 훨씬 저렴해서 가끔

구입하곤 했다.

딸래미가 수학여행 중이라 돌아오면 함께 뿌려

주려고 솜이 유골을 집으로 데려온 날, 하필

지난주에 구매했던 국화꽃이 배송되어 왔.다.


꽃을 그것도 국화꽃을 주문했다는 사실조차 잊

고 있었는데, 하필 솜이 장례식(?)날 도착한 것

이다.

국화꽃을 보고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이렇게 쓰려고 주문한게 아닌데ㅜㅜ


최면 상담해 주신 선생님은 그것또한 무의식이 한

것이라 했다. 나의 무의식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국화꽃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당분간은 국화꽃을 사지 않을 생각이다ㅜㅜ)


보이지 않는 세계를 어디까지 믿을지는 각자 개인

의 몫이다. 하지만 내 경우를 보면 문득 스치는 생

각들이 맞는 경우가 많았으니, 무시할수도 없을거

같다.



솜이와의 갑작스런 이별이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

가 되었고, 매 순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음이 얼

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깨닫게 하였다.


요즘 수시로 하는 나의 화살기도는

<제발 아무일도 안 생기게 해주세요.>

<이대로 무탈하게 해주세요.>


잠도 못자고 밥도 먹을수 없고 숨도 안쉬어 졌던

그때를 생각해보면, 잠 잘자고 맛있게 먹을수 있고

숨도 잘 쉴수 있는게 얼마나 감사하고 큰 축복인지.

매사에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오십이 넘어

절실하게 깨닫는다.

두피 마사지 받는 솜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49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