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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이 된다는 것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

by Lucia

반려견을 키우기 전 제일 많이 염려되는건 의료비

다. 주변에서 아픈 강아지 또는 고양이에게 들어가

는 의료비를 익히 들었던 터라 사실 많이 고민이 되

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서 받는 기쁨과 위안에 비

할수가 없어 기꺼이 내 가족으로 맞는다.


솜이가 사고로 즉사하는 바람에 나는 병원비가 전

혀 들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윗층이 동물

병원이라 사고 후 곧바로 갔는데, 이런저런 검사비

용 일체와 수습비용을 받지 않고 오히려 마음 잘 추

스리라고 로해 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 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쓰레기봉투에 배출하여 처리

한다고 함)


우리 솜이가 엄마 경제적으로 부담될까봐 그렇게

깍쟁이같이 뒤도 안돌아보고 깔끔하게 갔나보다.


오늘 친한 지인에게 소식이 왔다.

키우던 강아지가 자궁축농증에 복막염까지 와서

응급수술을 했다고.

일단 강아지 상태를 물어보니 다행히 상태가 호전

되었다고 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뻔 했다고.

그러더니... 경제적으로 쉽지 않다며 토로 하신다.


두마리를 키우시는데, 얼마전엔 다른 한마리가 복

부에 염증이 생겨 치료 받았는데, 두마리의 치료비

가 600만원이 나왔다는 것.

보통 어떤 수술이든 수술하고 입원하면 이래저래

기본 200만원은 나오는데, 수술한 김에 여기저기

문제 있는 곳을 치료하고 나오면 거의 300만원이

되는 것이다.


반려인 인구가 1500만이라고 한다.

내가 반려인을 해보니, 힘든 세상 이만한 좋은 친구

가 없다. 이젠 강아지 없이 어떻게 사나 싶다.

울 딸도 힘든 사춘기 시절 몽실이를 껴안고 많이 울

었더랬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했다.


이젠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 보험은 부담이 크다ㅜㅜ)


의료비도 문제고, 또 하나는 내가 겪었던 펫로스

증후군도 큰 문제이다. (아직도 겪는 중이다.)

먼 지인은 우연히 건강검진 하다가 뇌종양을 초기에 발견했다고 한다.

초기여서 수술도 잘되고 완치가 되었다고 좋아했었

다. 그런데, 그 집도 나와 마찬가지로 산책하다가

반려견이 교통사고를 당해 시름시름 앓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너무나 크게 상심한 나머지 뇌종양이 재발하였고

얼마 안되어 그분도 먼길을 떠나시게 되었다.

내가 겪어보지 않았다면 정말 이해할 수 없었겠

지만 겪어보고 나니 너무너무 이해가 간다.

특히나 몸과 마음이 약해졌을 그분에게는 더욱

큰 충격이었으리라.


많은 반려인들은 무지개 다리 건넌 내 새끼가 그

리워도 주변인들에게 말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나 부터도 유난떤다 할까봐 입을 닫게된다.)

펫로스로 힘든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가보

면 다들 같은 고통을 이야기 한다.

가족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면서, 같

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려고 한다.


물론 모든 경우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펫로스는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슬픔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가 없을거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제 솜이가 떠난지 6개월. 아직도 가슴에 찬바

람이 분다. 가끔은 눈물도 후두둑 떨어진다.

가끔 만나는 후배가 얘길 한다.

"6개월이면 아직 많이 힘드실거에요. 저는 3년이 지났는데도 많이 힘들어요"


아직은 어떻게 펫로스 증후군을 다스려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힘들때 마다 이렇게 글을 쓰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위로를 받는다.

어떻게 하면 펫로스 증후군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으려나.


내가 하는일이 힐링프로그램 만드는 일인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겠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함께 아픔을 나누고 함께 치유하고 싶다.

우리 몽실이는 할머니 집에만 가면 저렇게 편히 잔다
내 빈가방만 보면 꼭 들어간다
애기처럼 내팔에 누워 편히 자는 우리몽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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