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타벅스에 갔다.

by 이화정

스타벅스에 발을 끊은 지 오래 됐다. 커피맛도 너무 쓰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유독 스타벅스에만 몰려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쿠폰이 생겼기 때문에 오늘은 작정을 하고 스타벅스로 갔다. 매장은 시원했고 커피맛은 여전히 썼다. 나처럼 노트북 군단도 여전히 있었고 죽어라 수다를 떠는 군단도 있었다.

스타벅스의 자리는 매우 많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기란 정말 힘들다. 얼굴은 분명히 한국인인데 영어로 수다를 떠는 여자들 옆에 있으려니 귀가 따갑다. 영어 수다는 한국어 수다보다 더 시끄럽다. 말의 속도도 빠르고 엑센트도 더 강하다.


여러 명이서 쓰는 큰 테이블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어폰을 꽂고 뭔가를 따라 읽는다. 한국어다. 발음연습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목소리도 발음도 좋지 않다. 그 테이블에 아무도 없는 이유가 있었다. 덩치 큰 청년이 약간 혀짧은 소리로 한국어를 열심히 낭독하는 모습은 뭔가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겨우 구석진 자리로 옮겼으나 그곳에도 복병이 있었다. 덩치 큰 청년이 다리를 쭉 뻗고 앉아 노트북에 몰두해 있는데 반바지 밑으로 수북히 덮힌 털과 흰 양말이 돋보인다. 발 사이즈가 285 미리는 족히 넘어보인다. 290일 수도 있다. 뜽금없이 발 사이즈를 물어보고 싶어진다. 흰색의 거대한 발이 왼쪽 시야에 끝에 들어온다. 가끔 존재를 상기시키느라 까딱까닥 흔들어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자신이 발이 저리도 크다는 것을 몰랐는가. 그나마 깨끗한 양말을 찾아신고 온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스타벅스에 오면 늘 거슬리는 게 최소 한가지는 있다. 자리 옮기기는 기본이다. 한번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오늘은 공포의 흰색 큰 발 두개다. 흰색 발 좀 까닥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 옮겨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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