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풍경

by 이화정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날, 이종사촌 동생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대의 결혼식인데다, 비까지 와서 혼주들을 비롯해 신랑 신부도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 같다.


결혼식 풍경이 참 많이 달라졌다. 이 결혼식에는 주례가 없이 진행됐다. 주례가 신랑 신부의 약력을 주르륵 읊은 것부터 시작돼 늘상 듣는 주례사가 이어졌는데, 그런 촌스러운 과정을 생략하고 신랑 신부가 직접 성혼 선언문을 읽었다. 그리고 신랑이 직접 축가를 불렀다.


노래를 잘 하는 신랑은 자기 결혼식에 축가를 부른다. 동창의 아들 결혼식에 갔을 때도 신랑이 식장이 떠나갈만한 성량을 자랑하며, 축가를 부르기 위해 온 사람보다도 더 멋지게 노래를 부르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신랑의 아버지가 주례를 했는데, 거의 강의 수준으로 주례사를 했다. 나는 신랑 아버지를 대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것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들 결혼식날 부모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신경 쓰이고 부담스러울 텐데 열정적인 주례사까지 준비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창과 그 남편은 대학 다닐 때부터 사귀었고 그 당시에는 드물게 남자가 연하인 커플이었다. 두 살 차이여서 요새 같으면 그냥 동갑 정도의 수준이다. 그때도 친구들과 함께 만나면 침묵의 순간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고 유쾌한 농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주례사는 좀 지겨웠다. 좀 짧게 할 것이지.

동창의 말을 빌리면 평상시에 그 남편은 아들한테 "너는 절대 연상녀와 결혼하지 마라."라고 신신당부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 웃었다.


하지만 아내가 연하라도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부부 사이에 나이 차는 의미가 없다. 우리 부모님은 아버지가 일곱 살 위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가부장적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는 것외에 모든 일상적인 것들은 어머니에게 의존했고 어머니는 하나에서 열까지 아버지를 아이 돌보듯 했다. 요새 말을 빌리자면 남편은 나이 많은 큰 아들이었던 것이다. 부모님 세대와 비교하면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집이나 친구들을 보면 우리 세대에도 이런 광경은 익숙하다. 나는 식구들이 나를 찾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면, 가끔 안 들리는 척한다.


하지만 이런 풍속도도 이젠 바뀔 것이다. 딸의 친구들을 보면 달라지고 있는 게 보인다.

결혼식장의 정형화된 형식도 달라졌으면 좋겠다. 요새는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해 신랑에게 인계되지 않고, 신랑신부가 동시에 함께 입장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게 좋다.


그리고 그 전에 신랑 신부 어머니가 깔맞춤한 한복을 입고 나란히 입장해 단 위 양쪽에 놓인 초에 불을 붙이는 절차도 없앴으면 좋겠다. 양쪽 어머니가 굳이 쌍둥이처럼 똑같은 머리에 똑같은 한복을 입고 등장해야 할까. 신랑 어머니는 파란색 저고리, 신부 어머니는 분홍색 저고리로 구분한 채로?


어떤 절차를 넣고 없애야 할지의 문제도 양쪽 부모들이 합의해야 순조롭게 이뤄질 테니 결혼식이란 참 피곤한 일이다. 앞으로 나도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신혼부부를 축복해주면서도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와인을 마셨더니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요새 계속해서 비도 와 습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술이 들어가지 않아서 그랬던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술은 가끔 마셔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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