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는 것도 힘들어

by 춤추는 재스민

얼굴에서 가장 돌출된 부분이 코라서 그런지 코를 다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갑자기 코를 맞거나, 부딪혔을 때, 눈에 불꽃이 튀고 별이 왔다갔다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운동장을 지나가다가 남자애들이 갖고 놀던 축구공이 날라와 배의 정중앙을 강타한 적이 있다. 그때도 앞이 정말 노래지고 숨이 잘 쉬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타격이 심했는데 기절을 하지는 않았다.

철봉을 하다가 한 바퀴 돌아서 머리가 그냥 바로 땅에 떨어졌는데, 별이 눈앞에서 번쩍번쩍 했다. 머리가 다칠 때, 느낌은 정말 절망적이다. 세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고통은 찰나였고 곧 사라졌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고통을 느꼈다는 사실보다 허술하고 부주의해서 다쳤다는 것에 수치심을 먼저 느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위로보다는 누구도 보지 않았길 바랬다.

어릴 때는 울보였는데, 이런 순간에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어린 시절 내가 악을 쓰고 울 때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나 억울하다고 느꼈을 때였다.

나이가 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기본적인 성격이었다. 하지만 성격도 나이가 들면서 변한다. 어른이 되면 변하는 게 정상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아이로 머물러 있게 된다. 하지만 어른이 돼도 저 깊은 바닥에는 어린 아이가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

지금도 너무 힘들 때는 울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 때문에 남들은 무표정으로 읽는다. 사람들이 표정이나 말로 누군가를 이해하기는 사실 힘들다. 표정이나 말은 자신을 속이는 데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그 너머에 있는 심리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화나 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껏 울 수 있다면 그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것이 내 이야기 같아서이건, 그냥 그 사람이 불쌍해보여서이건 마음껏 우는 것도 힘든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들수록 눈물이 많아진다는데 나는 반대다. 어릴 때는 울보였는데 지금은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바타 - 암표 사서까지 볼만한 영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