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는 일도, 마음을 쓰는 일도
프로젝트100 하루 한 편 나만의 글 (3) 2021.03.24
이사 후 미뤄뒀던 일들을 틈날 때마다 해서 치우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 이사한 지는 어느덧 3주가 다 되어간다. 그렇지만 아직 어찌하지 못해 바닥에 있는 물건들도 있고, 지나다니며 볼 때마다 한숨을 쉬면서 언제 해치워야 할지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는데. 여튼 미뤄둔 일 중 하나였던 새 이불커버 세탁해서 씌우는 것을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해치워버렸다. 누구누구의 꿀팁 같은 것 잘 따라하지 못하는데 이불커버 씌우기는 천천히 따라해서 성공해냈다. 아침부터 이룬 작은 성취. 저절로 박수를 칠 정도로 기뻤다. 집안일은 새로운 것을 하나씩 해낼 때마다 뭔가 진정으로 뭔가를 조금씩 더 할 줄 아는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오후까지 일을 하다가 왠지 몸이 좀 굳어진 느낌이 들어서 갑자기 일어나서 옷을 입고 근처 스타벅스까지 척척 걸어서 다녀왔다. 나선 길에 처음 만난, 단지에 서는 장. 3주가 다되도록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던 장.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채소나 식재료도 신선했고, 하다못해 식물들도 괜찮았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다녀오는 길부터 허리가 좀 아팠다. 지난주 다친 허리가 더 안좋아진 느낌.. 걷는데도 허리 통증이 있다.
어제 한정판 md 를 파는 것을 알고 컵을 사두었는데, 사면서 갑자기 생각난 언니의 생일 선물로 텀블러도 사고, 사는 것을 놓쳤다는 분에게 물어봐서 컵을 대신 구매해주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두 개나 했다. 좋아할지, 필요할지 어떨지 묻지도 않고 사다니. 돌아오는 길에서야 기온이 꽤 따뜻하고, 나만 옷을 좀 두툼하게 입고 나선 것을 깨달았다. 학교 다녀오는 학생들은 후드티 한장 입었던데.. 내내 집에만 있다가, 집에 붙박이가 되어 현실에 적응 못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든 다 내맘같지 않다.
저녁이 되어 주섬주섬 저녁을 챙겨먹고, 미뤄둔 이불 압축과 겨울옷 압축 몇 개를 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어는새 밤이 찾아온다.
그래도 아침에 바꿔둔 커버 덕분에 침대에 누워 도닥도닥 글 쓰는 시간이 썩 나쁘지 않다. 허리는 좀 아프지만.
계절이 오는 것도, 시간이 가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좀 더 있으면 좋겠어, 라고 중얼거려본다.
아니 그건 못 해도 흘러가는 시간을 쫓아가는 것이라도 마음껏 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