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이라고 말하는 것이 점점 쉽지 않아질 때
프로젝트 100 하루 한 편 나만의 글(6) 2021.03.28
며칠전에 우리 개발자, 디자이너와 저녁을 먹을 때 갑자기 나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개발자는 93년생이라고 했고, 순간 계산이 되지 않았지만 스물 여덟살이라고 말해주어 이해가 되었다. 우리 디자이너는 말끝을 흐렸지만 서른 서넛쯤 된 것 같다. 결혼한 지 벌써 3년이 되었고, 아기를 가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신같은 미모에 너무 동안이어서 사실 추측이 쉽지 않다.
다른 사람들 얼굴을 보고 나이를 추측하고, 이야기하고 자연스레 세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지만 이렇게 그 끝에 서로의 나이를 묻고 답하고 할 때, 유독 내 나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지나가려고 하고 있다.
나이에 대해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
내 나이에 대해 부끄러운 건지,
내가 아직 그 나이로 보이고 싶지 않은 건지,
남들의 반응을 듣고 계속 도돌이표처럼 떠올리지는 않을지,
여러가지 걸리는 것 같긴 한데..
뾰족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말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고, 그 비슷한 맥락으로, 나도 내 나이를 잊고 사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약봉지에 적힌 만 나이를 보고서야 잠깐 눈앞에 불이 탁 켜진 느낌이긴 한 것이, 아무래도.
내가 내 나이를 말하는 것이 부끄러우면 안 될텐데.
그 정도나 됐을 줄 몰랐다. 는 반응이면 다행일텐데,
예나 지금이나 '나이에 맞게' 기대되는 것들에 의해 재단되어지는 것은 영 불편하기도 해서.
몇 살에는 뭘 하고, 몇 살에는 뭘 하고..
했어야 하는 것들을 아직, 못 한 것 투성이라.
대개 생각하는 역할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아직 나도 잘 모르겠어서.
남들 눈에 부족하게 보이는 것을 염려하는 만큼, 스스로 생각했을 때도 그런 것들에 아쉬움이 뭍어나서 그런 건 아닐까, 갑자기 내 자신 측은하게 느껴지네. 남들 신경쓰지 말고 살자고 생각해놓구선. 이렇게나 신경쓰고 있다니...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왜, 나이도 중요해~ 중요하지.." 라고 말하던 사람이 나였을텐데. 막상 내 나이 앞에 서면 이렇게 쫄보가 되어서 어떡하나.
남의 기준이 뭐가 중요한가.
내 생각이 중요하지.
내일부터 누가 나이 물어보면 당당하게 말해줘야지.
쫄지 말자.
그 까짓거.
남들도 다 먹는 거.
그까짓 나이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