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는 순간의 모든 것이 그리운 날들
프로젝트 100 하루 한 편 나만의 글(9) 2021.04.01
다들 재택근무를 하는데 긴 시간 동안 출퇴근을 하다가 작년 가을부터 이직한 회사 덕분에 집에서 편하게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좋은 것은 부질없는 출근 준비과정과 짧은 퇴근길, 마음껏 쓰는 점심시간, 사무실보다 편하게 일하는 것, 내 맘대로 내려먹는 커피, 간혹 틀어놓는 음악 등등.. 참 많고도 많다. 그러나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단점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오가며 사람들이 입은 옷과 공기의 온도, 바람의 냄새, 나무의 변화를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의 가게, 사람들이 먹는 것과 쓰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창문으로만 세상을 느끼게 되니, 나와 내 집 외의 다른 것들을 모두 놓치게 된다. 게다가 오가며 건네는 인사, 커피를 마시며 나누는 안부, 점심 시간에 나누는 '요즘'의 것들에 대한 대화, 일하면서 오고가는 스몰 토크는 물론이고 업무상 모든 대화도 텍스트로 변하니 점점 더 답답하고 불편해진다. 달리 갇혀사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갇혀사는 것인가 싶을 정도의 답답한 날들도 자주 만난다. 자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지키는 회사라 좋은 점은 이럴 때 잠시 바깥 공기를 쐬고 올 수 있다는 점..
가장 그리운 것은 사람의 온도
대화하는 순간의 공기와 소리
대화란 얼마나 즐거운가. 나의 기분이 드러나고, 혹은 감추기도 하고. 중요한 말을 꼭 말로 다시 전하기도 하지만, 별로 필요하지 않은 대화도 웃음을 주고, 순간의 추억이 되기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결국엔 모든 일이 사람이 하는 일이니 더 그렇다. 이런 모든 것들을 모두 놓치고 산다. 시간은 가고, 짧은 시간 동안 이뤄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은 결국 이것들을 전화로, 온라인 미팅으로, 텍스트로 해결해 보려 애쓴다. 기왕이면 얼굴보고 하는 미팅을 선호하기도 한다. 막상 얼굴 마주하고 얘기하면 '사실 할 말이 무엇인지'가 나온다. 심각한 일도 심각하지 않게 된다. 마주보고 이야기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이것이 다 대화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살면서 만나는 무수한 어려움, 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직업인들에게는 말과 글자, 이야기와 논리, 거기서 출발한 행동들이 또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 주기도 하고, 또 새로운 도전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우리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모두 스스로 찾을 수 없다. 작게 작게 모여 내 안에 단단함을 만들어주는 것들이 계속 쌓여 힘을 주고, 또 용기를 준다. 혼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을 다른 사람과 함께 이뤄내는 것들은 결국 이야기와 함께 나누는 순간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어서 빨리 되찾고 싶은 평범한 일상.
코로나는 대체 언제 안정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