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편 시 필사]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2019.04.04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 이기철

by 그레이스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손으로 읽는 시
하루 한 편, 시 필사


열여덟번째날 (2019.04.04)


오늘의 시는, 회식 때문에 인증 게시판의 일일 글을 점심에 필사하는 것으로....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 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람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1일1시 #작심100일 #프로젝트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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