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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M K Jeong Jun 15. 2020

자가격리가 해제됨을...

자발적 격리 vs. 타자의 개입에 의한 자가격리

"자가격리=자기 스스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기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뜻하지 않게 또 원치 않게 해외 입국자로서 14일간 자택을 떠나서는 안된다는 국가의 조치에 따라야 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검사도 격리 시작 1회, 격리 종료 시 1회, 총 2차에 걸쳐 콧속이 뚫릴 듯한 슬픈 경험을 했다. 검사는 잠재적 보균자라는 전제 조건에 따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될 때까지 14일간 격리.. 왜 14일인가?" 과학적으로 바이러스가 14일 이내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표현상으로는 "자가격리"지만, 실제로는 "통제적 격리 상태"로 보는 게 맞다. 자발적 격리와 통제하의 격리는 다르다. (1) 자발적으로는  만약 내가 보균자라면, 나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격리를 선택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외부의 개입이 없이 스스로 격리 생활을 실천하는 것. 반면에 (2) 타자의 개입에 의한 자가격리는...(i) 잠재적 보균자로 타자에 의한 결정 (ii) 타자에 의한 삶의 통제, 즉  이미 잠재적 보균자로 결정되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의미이다.

귀국 후 첫날 선별 진료소에서 목 속으로 면봉이 들어가고, 콧속 10cm까지 봉이 하나 들어가 채취를 하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일순간 자발성의 상실감을 경험했다. 그리고 귀국 후 자가격리 기간 중에 하려고 준비했던 계획도 모두 사라졌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검사 1차 음성 통보를 받고,  애써 계획했던 삶을 돌이켜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7일 차쯤에 우울증이 밀려왔고 아침저녁 심리적 온도가 극과 극을 오가면서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13일째 오후에 2차 검사에서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고, 14일 차 오전에 "음성"판정 통보와 함께 "금일 12시부터 코로나 19 관련 자가격리가 해제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14일간을 돌아보며 한편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잠시 무기력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내 모습도 생각났다. 그리고 해제 기념으로 5시간 동안 걷기를 하면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갖었다.

더운 날씨에 방호복을 입고 오랜 마스크 착용으로 콧등이 헐어 있었던 의료진의 얼굴을 기억하며 마음이 아팠다.

"격리된다는 것"은 스스로 수도자적 삶에 익숙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 다가오는 사회의 변화 중에 하나이다.  모든 사람이 준비해야 하는데 이 또한 훈련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국민이지만 정부 긴급지원금. 격리 생활지원금 등등 수혜대상자 아님. 코로나 19 검사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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