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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도입 전략: 기술이 아니라 전략이다

feat. 야누스 이야기

by Yameh

안녕하세요.

지난 8화와 9화에서는 클라우드 전환이 왜 기술적인 이슈를 넘어 '조직과 사람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인지, 그리고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조직의 준비와 파트너십 전략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이번 10화부터는 클라우드 도입의 실제적인 전략과 핵심 요소들을 살펴볼 텐데요, 이 과정에서 '야누스(Janus)'라는 가상의 기업 사례를 통해 더욱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Amazon.com의 CTO인 베르너 보겔스(Werner Vogel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돈을 절약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클라우드를 도입합니다." 이 말처럼, 클라우드 도입은 단순히 IT 인프라의 물리적 위치를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운영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전략적인 전환이며, 조직의 문화, 일하는 프로세스, 인재 구조, 기술 역량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모든 영역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클라우드 도입은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되고 계획된 '변화 관리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 시작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명확한 '전략'입니다.


기술이 아니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

클라우드는 본질적으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어떤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어떤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정의할 때 비로소 클라우드는 그 전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인프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한 기업이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클라우드는 새로운 지역에 물리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도 서비스를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하고 현실적인 수단이 됩니다. 또한, 고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클라우드는 방대한 데이터의 저장과 고도화된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AI) 서비스 실행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이처럼 도입 목표와 비즈니스 목적이 선명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면, 클라우드라는 강력한 도구는 오히려 기업에게 복잡성과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만을 안긴 채 실패의 쓴맛을 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도입한 후, 오히려 인프라 복잡도가 증가하고 운영 비용마저 늘어났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클라우드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바로 클라우드 도입의 방향과 목적이 불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좋은 기술이니 도입하자'는 식의 접근은 위험합니다.


비즈니스 전략과 연결되지 않은 클라우드는 '위험'합니다

특히 '기술 주도의 클라우드 도입'은 매우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기존 IT 조직 주도로 클라우드 도입이 이루어지면서 비즈니스 목표와의 연계가 부족하다면, 조직은 마치 기존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클라우드 환경에 '그대로 옮겨놓는(Lift & Shift)' 데만 집중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이나 아키텍처를 단순히 옮겨놓는 디지털 공간이 아닙니다. 클라우드가 가진 진정한 전략적 가치는 '전환과 재설계', '자동화와 민첩성', 그리고 '새로운 운영 패러다임'이 전제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됩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서버나 스토리지를 옮기는 '자산(Asset)'이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우리 조직이 어떤 새로운 '역량(Capability)'을 확보하게 될지를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클라우드는 '이사'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전환을 기존 데이터 센터에서 클라우드로 서버를 옮기는 '이사'에 비유하곤 합니다. 물론 이러한 비유는 클라우드 전환의 물리적인 측면을 설명하는 데에는 절반 정도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클라우드가 가진 진정한 의미의 절반을 간과하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주소지를 변경하는 '이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새로운 주거 철학과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는 일에 가깝습니다. 예전에는 각자 독립된 방에 가서 잠만 자던 사람들이었다면, 클라우드 시대에는 모두가 거실에서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나누며, 필요할 때마다 공간을 바꾸고 확장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인 셈입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의 변화에 대한 고민과 준비 없이, 단순히 짐만 옮겨놓는 이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클라우드 도입은 단순한 이전(Migration)의 문제가 아닙니다. 명확한 비즈니스 전략에 기반한 '전략적 설계'와 '근본적인 재구성'이 먼저 필요한 거대한 구조 혁신의 과정입니다.


야누스: 전통 제조기업의 클라우드 도입 배경

이제 '야누스'라는 가상의 기업의 이야기를 통해 클라우드 도입이 어떤 현실적인 맥락에서 시작되고, 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지를 더욱 생생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야누스는 필자가 실제로 관찰한 여러 제조업 사례들을 토대로 구성한 시나리오로, 한국형 중견 제조업체가 클라우드를 고민하게 되는 현실적인 배경을 잘 보여줍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야누스는 생생한 클라우드의 성공적 도입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기업'입니다. 네이버 같은 포탈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습니다.


야누스는 25년 동안 침대 매트리스를 전문으로 제조해온 견실한 중견 기업입니다. 높은 품질과 좋은 서비스로 업계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아왔으며, 현재 국내 본사와 해외 공장을 포함해 직원 수 600명, 연 매출 4,300억 원에 달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제조와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CL 그룹에 인수되어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야누스는 기존에 오프라인 대리점과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커머스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아마존에 입점하여 매트리스 분야에서 상위권 판매 실적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존 국내 공장 외에도 동남아, 동유럽, 남미 등지에 생산 거점을 확충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 IT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야누스는 그동안 IT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IT 투자가 동결되었고, 기존 애플리케이션의 고도화 작업도 비즈니스적으로 매우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도입 당시의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IT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의 노후화가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ERP, 생산 시스템, 영업 시스템, 고객 관리 시스템, 인사 시스템 등 모든 핵심 시스템이 서울 근교 데이터 센터에 상면을 임대하여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죠. 이러한 IT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증가하는 생산량과 온라인 유입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쇼핑몰 접속 장애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클라우드 전환을 고려하게 된 배경

최근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야누스 내부에서는 IT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에 따른 방대한 데이터 처리, 그리고 고객 경험 개선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습니다. CEO를 비롯한 현업 부서에서도 이제는 본격적인 IT 투자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야누스는 일부 영업 시스템 기능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관해 운영 중이긴 하지만, 전사 차원의 클라우드 전략 수립이나 기술 검토는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클라우드 MSP(Managed Service Provider)에 기본적인 운영만을 위탁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야누스의 IT 부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 유지보수 중심의 구조로 되어 있었으며,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이나 DevOps 기반의 운영 경험은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내부 시스템의 표준화나 자동화 수준도 낮아서, 향후 클라우드를 도입할 경우 기술 역량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변화 관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마케팅과 영업 부서에서는 국가별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제품 추천, 정교한 수요 예측, 물류 최적화, 마케팅 자동화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인공지능(AI) 활용 환경의 구축 또한 시급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야누스의 CIO인 안영직 상무는 CEO의 지시에 따라 클라우드 도입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그는 단순한 기술 변화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조직 문화와 운영 체계 전반의 전환이 필요한 문제임을 주변 지인 및 개인적인 리서치를 통해 이미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클라우드 도입을 위해 안 상무는 사내 IT 조직과 함께 다음과 같은 사전 검토 작업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클라우드 도입의 비즈니스적 목적 정립

도입 대상 시스템의 우선순위 선정

비용 분석 및 ROI 예측

조직의 운영 준비도 점검 (Operational Readiness)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및 MSP와의 협업 방식 검토


이번 화에서는 클라우드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야누스라는 가상의 기업을 통해 클라우드 도입을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드렸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주요 고려사항 (비즈니스, 기술, 재무, 운영 고려 사항)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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