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잘 안다는 착각

숫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회계학과생이 PMI 전문가가 되기까지

by Jason Han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이들이 자신에 대해 확신에 차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숫자를 좋아해서 회계나 금융 쪽으로 갈 거야", "나는 사람과 소통하는 걸 좋아해서 마케팅이나 영업을 할 거야"라며 자신의 적성을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숫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나>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대학교 때 숫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당연히 M&A나 가치평가 같은 숫자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원하는 곳으로 취업이 풀리지 않아 돌고 돌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산감사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PMI(Post Merger Integration) 업무를 하고 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길이다.

재미있는 건, 지금 하는 일에는 숫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신 다양한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있고, 여러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기능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는 일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성취감이 있다.

돌이켜보니 나는 정말 "숫자"를 좋아했던 게 아니었다. 숫자만 빼곡한 엑셀 파일에 파묻혀 있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받고 즐겁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진짜 좋아했던 건 복잡한 문제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단순히 "숫자"라고 생각했던 거다.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오히려 다행>
만약 내가 대학 졸업 후 첫 취업에 실패하고도 끝까지 숫자 관련 일만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내 진짜 적성을 평생 못 찾았을지도 모른다. 원치 않았던 전산감사라는 일이 오히려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고, 그것이 지금의 만족스러운 커리어로 이어졌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우리가 생각하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그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머릿속 상상과 현실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경험만이 답을 준다>
적성이라는 건 결국 사회에 나가서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자기분석을 하고, 적성검사를 받아도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래서 대학생들과 사회 초년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나를 잘 안다고 단정짓지 말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라. 결국 그 경험이 도움이 될 날이 온다"

계획대로 안 될 때,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 실망하지 마라. 그 경험들이 쌓여서 언젠가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당신을 이끌어줄 것이다. 어쩌면 그 길이 처음에 생각했던 길보다 훨씬 더 당신에게 맞는 길일지도 모른다.

자신에 대한 확신도 좋지만,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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